(토마토칼럼)주주를 호구로 보는 기업 승계

입력 : 2023-03-14 오전 6:00:00
SM 분쟁의 하이라이트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였습니다. 카카오가 3자 배정을 받아 SM 지분 9.05%를 차지하고 경영권을 쥐려 했습니다. SM의 발전을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영진의 주관일 뿐입니다.
 
주주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3자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 의결권과 배당권리를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웬만하면 3자 배정을 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적자가 심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할 때나 합니다. 이번 SM 사례처럼 주인이 바뀔 정도의 3자 배정은 기존 주주에게 매우 배타적인 의사결정입니다. 다행히 법원이 막았습니다. 시장의 상식이 통했습니다.
 
LG그룹에서 경영권 지분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가족들이 양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제척기간인 3년을 넘겼기 때문에 부득이 그럴 만한 사유가 있었는지 법원에서 따져볼 듯합니다. 유가족 측은 상속 지분에 관한 유언장의 존재 여부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누가 맞고 그른지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분쟁은 여느 가정에서도 일어납니다. 단지 국가 산업을 책임지는 LG그룹에 불확실성이 생긴 것이 걱정을 삽니다. 
 
여하튼 LG그룹 사례는 어떤 그룹이든 세대가 바뀌고 상속이 반복되면 총수일가 지분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구광모 회장 지분이 경영권 위협에 처할 정도로 크지 않은 것은 상속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재계는 그간 그걸 억지로 막으려고 지배주주 지분을 불리고 지분 취득 자금을 벌기 위해 일감몰아주기를 하거나 비자금을 형성하는 불법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생겨났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없다고 못박았던 것처럼 순리대로면 국내 대기업집단도 선진국처럼 차츰 전문경영인 세대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그런데 순리대로 흘러가도 걱정입니다. 현 지배주주가 계속된 상속 끝에 경영권 지분이 희석된다면 웬만한 기업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하는 게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 등 기존 주주들에게 이득일지 지금으로선 회의적입니다. KT 사례를 보면 자명합니다. KT 정관상 전문성을 우대해 내부 승진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권에선 셀프연임을 꼬집습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하면 정권 낙하산이 많아질 것도 불 보듯 뻔합니다.
 
국민연금의 권한이 커질수록 연금 의사결정 구조부터 투명하게 바꾸는 게 시급합니다. 지금은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삼성, LG 등 지배주주 기업들도 직면할 현안입니다. 주주는 속이 탑니다. 국민연금발 경영권 분쟁이 기업의 건전성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향이 아닐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주주제안부터 했어야 했고, 그런 연금부터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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