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한국경제 부고장이 날아오고 있다

입력 : 2023-03-21 오후 10:00:00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이 세상 잠시 놀러왔다곤 하나 요즘 짧은 생을 마감하신 별세 답지에 안타까움과 분울까지 느낍니다.
 
통절한 울음에 파묻힌 애통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가까운 지인들이 잇따라 보내온 부고장을 보노라면 비감에 젖은 채, 우두커니 움직일 줄 모르겠더군요.
 
집안의 큰 별을 보낸다는 게 주변인들에게 어떤 표현으로 위로가 될까요. 그 분이 쓰시던 유품 하나하나, 숨결이 깃든 집안서 밀려오는 공허함은 더하겠지요.
 
통절한 애통함은 지인들이 보내온 부고장만은 아닙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고 있자면 대한민국 부고장이 불가피하다고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책이 있기나 한 걸까요. 한국경제호가 적자의 늪에 급속도로 빨려 들어갈 형국이니 역대급 경제위기의 불안감이 감돕니다.
 
한국경제호의 수지타산을 의미하는 올 초 경상수지를 보면, 코로나 때 보다 더 최악을 맞았습니다.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는 우리 경제의 주동력인 수출 추락 요인과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반토막 난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지난달 24.2%로 급감한 대중 수출 성적은 이달 20일 간 '-36.2%'의 추락 지표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해 무역적자 누적치가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수출 부진 지표가 나올 때 마다 정부가 부랴부랴 각종 수출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묘수는 없고 기업에게만 기대는 모습만 역력합니다. 기업들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불안감의 답답함만을 호소할 뿐이죠.
 
한·미·일 협력에만 매몰된 정부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위기 징후의 경각심조차 없는 듯합니다.
 
미국과의 경제안보가 가져다준 결과는 이미 수출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달 20일까지만 봐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36.2% 급감했고 유럽연합(-8.9%), 베트남(-28.3%), 일본(-8.7%), 인도(-3.1%) 등 줄줄이 하락세입니다.
 
주요국 중 미국만 4.6% 늘였죠.
 
앞서 경제수장인 추경호 부총리는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모두 어려운 모습이라고 운운했지만 정말 세계 경제 여파로 인한 건지 정부의 무능인지 따져봐야합니다.
 
OECD 경제 수정 전망치를 보면 우리 수출 시장의 주력 국가인 미국, 중국의 올해 전망치는 각각 1.0%포인트, 0.7%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
 
세계 경제성장률과 G20에 대해서도 0.4%포인트씩 상향 전망치를 내놨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성장률만 유독 0.2%포인트 낮춘 전망치가 나왔을까요.
 
즉, 한국만 퇴보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상수지 적자에 재정적자까지 이어지는 '쌍둥이 적자' 우려는 그렇다 칩시다.
 
한·일 산업 협력은 어떤가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부·장 국내 산업을 기껏 육성했지만 오히려 우리 기업에 타격을 주는 꼴을 만들고 있으니 기가 찰 일입니다.
 
고용 성과도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12만5000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넉달 연속 내림세입니다. 전 정부 당시 26만명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전체 취업자를 봐도 103만명을 기록한 1년 전보다 31만2000명 증가에 불과한 수준이죠.
 
비경제활동인구인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50만명에 육박해서일까요. 쉬는 꼴을 보기 싫어 어떻게든 MZ 세대를 '주 60시간'으로 끌어오고 싶었냐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옵니다.
 
중앙부처 나랏님들의 S대생 등 학교 후배들도 나서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질병·죽음을 초래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로 죽어나간 노동자들의 부고장은 성에 차지 않았나요. 장관들의 출마 얘기만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으니 잿밥의 '빙공영사'로 한국경제호의 부고장을 보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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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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