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최근 각종 부동산 지표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며 주택 시장 회복론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방안이 잇따르고, 수요층 사이에서 집값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까닭입니다. 분명 전국적으로 거래 냉각이 극심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현장 분위기가 더 활발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업계는 지표 개선을 전면적인 회복세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금리 기조 유지에 따른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세가 이어지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충격파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비·매수심리 등 각종 지표, 완연한 개선 흐름
일단 소비심리가 개선된 점이 눈에 띕니다. 4일 국토연구원의 '2023년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수도권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4.3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작년 6월(101) 이후 8개월 만에 100을 넘어선 것이자, 하강국면(95 미만)에서 보합국면(95 이상~115 미만)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매수심리도 회복되는 추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동향은 작년 65.37에서 올해 2월 기준 69.58로 4.21포인트 올랐습니다. 경기가 4.64포인트, 인천이 4.44포인트, 서울이 3.35포인트씩 올랐습니다.
거래 회복 흐름도 감지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만9789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극침체기였던 지난해 4분기 1만4329건보다 2배 이상 많은 물량입니다.
미분양 물량의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수도권 미분양은 1만2541가구로 전월(1만2257가구) 대비 284가구(2.3%)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지방의 경우 6만2897가구로 오히려 전월(6만3102가구)보다 205가구(0.3%) 감소했는데요. 지방 미분양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8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지표만으로 회복 속단 어려워
각종 부동산 지표가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업계는 이것만으로 대세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일단 건설 업황이 전반적으로 반등하기에는 원자잿값, 투자, 수주 등 구조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부동산 지표 개선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민간공사와 공공공사 모두 수주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상황에서 수주가 크게 증가하기는 어렵고, 공공공사의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0% 이상 감소했다"며 "다만 지난해 유찰된 대형 공사가 있어 사업자 선정을 할 경우 공공공사 수주 감소폭은 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설 투자는 미분양 증가로 인해 마이너스에서 0.1% 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방에 적체된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투자 부진이 나타날 것"이라며 "진행 중인 공사 물량을 나타내는 기성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은 2~4년 전 수주받은 물량에서 연결되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겠지만 내년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해, 건설사들이 수주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수익이 안 나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을 만회하려면 수익성 있는 사업이 필요한데, 수주 물량 감소로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해외나 신규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조강현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의 주택 시장 연착륙 대책과 이에 따른 기대심리가 형성된 상태"라며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조 연구원은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는 단계에 문제가 많다"며 "브릿지론이라는 단기 채권이 쌓여있고, 만기가 도래하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택 사업 경기도 당장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역시 "고금리로 인해 주택 공급 사업자들의 여건은 힘들어질 수 있다. 부담을 더 떠안는 것은 물론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브릿지론이 많은 점은 부정적인 요소"라며 "공급 주체의 휘청임이 시장 불안정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실 상반기부터 반등하는 곳들이 다양하게 나와 줘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매도·매수자 모두 굉장히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경기만 좋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분간 가격 반등 등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남산에서 한 시민이 시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