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기시다 방한…과거사 해법은 '난망'

일본 주도 군사협력 의제 오를 듯…자위대 한반도 진출 땐 파장

입력 : 2023-05-03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친교 만찬을 마치고 도쿄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예정보다 한 달여 앞당겨진 방한입니다. 
 
이번 방한을 바라보는 한일 양국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한국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사과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한일 군사협력을 주로 거론하고 나아가 윤석열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과거사 문제는 한층 풀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기시다 조기 방한에도 과거사 언급 가능성
 
대통령실과 일본정부는 2일 자료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다고 발표했습니다. 방한 일정 발표 과정에서 일본의 외교적 결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통상 정상 간 회담은 정부에서 공식 발표하는데, 기시다 총리가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순방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달 7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한국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 겁니다.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닌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문·답변하는 백브리핑에서 일정 발언이 나온 만큼 한국에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외교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코멘트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지난 3월 16일 도쿄 한 식당에서 친교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인 오는 6월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시기를 앞당겼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하자, 기시다 총리가 이를 의식해 방한 일정을 급히 조율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지난 3월 16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도 조기 방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20~3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유지했던 기시다 총리는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 등 일본에 유리한 결과를 받아내면서 최근 지지율이 50%를 돌파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기시다 총리는 재차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 일본 주도의 군사협력을 구축하는 모양새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과거사 대신 북 도발 맞선 '한일 군사대응' 논의
 
우려되는 것은 한일 간의 과도한 군사적 밀착입니다. 한일 양국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이후 상호군수지원협정 등을 체결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탄약과 연료, 무기부품 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도 허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도 기시다 총리와의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 외에 ‘안보 협력’도 주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간에는 많은 현안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안보·경제협력이라, 그것 위주로 논의될 것”이라며 “한일관계 전반의 국제정세, 상호 관심사 이런 것이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과거사 문제를 포함해 논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이 ‘과거사 문제도 포함되는가’라고 묻자 “다 열려있다”며 “과거도 많은 우리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는데,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일본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기시다정부가 그 여론을 얼마나 잘 수렴해서 입장을 밝힐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과거사 사과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29일자 요미우리신문은 한일 정부 관계자를 취재해 “(기시다 총리가) 최대 현안이었던 전 징용공(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소송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3월에 발표한 해결책의 이행 상황을 확인한다”고 방한 목적을 보도했습니다.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 표명이 없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4월에 이어 이달에도 굵직한 외교 일정을 수행합니다. 기시다 총리 방한 이후 윤 대통령은 오는 19~21일 G7 정상회의에 참석합니다. G7 정상회의에 미국, 일본이 참석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한미일 3국의 정상회담도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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