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방역의 벽' 높인다지만…꿈틀거리는 '축산물가'

돼지 목심 100g 소매 가격, 전월비 332원 상승
"일시적 이동 제한 문제로 소고기 가격 강세"
잠복기 2주·항체 형성 2주…추가 발생 가능성

입력 : 2023-05-17 오후 5:14:1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4년여 만에 발생한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 등 방역 조치가 강화됐지만 꿈틀거리는 축산 물가를 잡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입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돼지 목심 100g의 소매 가격은 2429원으로 전월 대비 332원(13.7%) 올랐습니다.
 
돼지 삼겹살의 가격은 2617원으로 전월보다 289원(11.0%) 상승했습니다. 호주산 갈비의 가격은 4089원으로 278원(6.8%)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한우 갈비 가격이 8832원으로 605원(6.9%), 수입 돼지 삼겹살 가격이 1457원으로 30원(2.1%) 각각 상승했습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돼지 목심 100g의 소매 가격은 2429원으로 전월 대비 332원(13.7%) 올랐습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내 돼지고기 판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4월 돼지고기 물가 4.2%↑…5월도 상승 전망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4월 돼지고기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했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에 따라 5월 상승 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년 동월보다 각각 6.7%, 6.6% 줄어든 국산 소고기와 수입 소고기는 하락 폭이 축소되거나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 생산량이 감소하고 계절적으로 나들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합니다. 여기에 일시적 이동 제한 등 공급에 영향을 줄 정도의 요인이 발생하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소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구제역 발생 이후에 시장 공급의 측면에서 위축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며 "일시적인 이동 제한의 문제 때문에 소고기 가격이 조금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제역 발생 전보다 대략 5~10% 정도 가격이 인상된 상황인데, 구제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며 "추가 접종을 하고 대부분의 개체가 항체를 충분히 갖는 상황이 되면 구제역 발생 상황은 훨씬 진정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습니다.  
 
지난 10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충북 청주시 한우 농장 2곳에서 구제역이 확진된 이후 16일까지 국내 발생 건수는 총 10건입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병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4개월 만입니다.
 
지역별로는 청주시가 8건, 증평군이 2건입니다. 그동안 한우 농장에서 발생했으나 16일에는 청주시 염소 농장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에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파견하는 등 사람·가축·차량의 농장 출입 통제, 정밀검사, 소독,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농장에서 사육 중인 모든 한우와 염소는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살처분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는 국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역본부는 국내에서 사용 중인 구제역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한다는 판단입니다.
 
국내 구제역 백신 항체 양성률을 보면 지난해 기준 소 축종의 경우 98.2%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때문에 전국 확산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2주인데다,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 소요 기간도 2주를 고려하면 산발적인 추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국 농가 백신 접종 등 방역 관리 강화
 
농식품부는 구제역 확산을 방지하고 조기 안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의 우제류 사육 농장의 방역 관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우선 우제류 가축의 충분한 항체 형성을 위해 오는 20일까지 전국 우제류 농가에 구제역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또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군별로 공수의사(동물병원 수의사), 축협 직원, 가축방역관 등으로 긴급 접종 확인반을 구성해 운영합니다. 백신 항체 양성률 모니터링 검사도 현행 사육 두수의 4%에서 8%로 늘릴 예정입니다. 
 
청주시와 증평군, 인근 7개 시군의 소 축종에 대해서는 긴급 백신 접종 완료와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해 오는 30일까지 2주간 이동을 제한하고 가축 시장도 폐쇄합니다.
 
아울러 청주시와 증평군은 구제역 발생 의심 농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이날까지 임상검사와 정밀검사를 완료하고 이후 매주 1~2회 추가 임상검사를 시행합니다. 인접 7개 시군은 우제류 농장 임상검사 완료 후 매주 1회 임상검사와 전화 예찰을 진행합니다.
 
동남아시아 등 구제역 발생 국가 노선의 휴대 축산물 검역도 강화됩니다. 특급탁송화물에 대해서는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3주간 세관 합동 일제 검사를 시행합니다. 
 
이와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료품 판매업소의 불법 반입 축산물 판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합니다. 청주시와 증평군, 인접 7개 시군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26일까지 특별단속도 추진합니다.
 
김인중 차관은 "방역 관계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도록 빠짐없이 신속하게 긴급 백신 추가 접종을 진행하고 임상·정밀검사, 이동 제한 조치, 농장과 농장 인근 도로 집중 소독·예찰 등을 철저히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돼지 목심 100g의 소매 가격은 2429원으로 전월 대비 332원(13.7%) 올랐습니다. 사진은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구제역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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