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금리 경쟁에 허리 휘는 2금융권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저축은행 23% 불과
자금조달 부담에 경쟁 여력 없어
"우량 중신용 고객 이탈 우려"

입력 : 2023-05-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금융권 대환대출 인프라가 본격 가동하면서 저축은행과 카드사,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습니다. 대출 차주의 신용등급 분포가 1금융권과 달라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하지만,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들이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에 맞춰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은행권과 달리 저축은행업권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실제로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에 참여하는 저축은행은 18곳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합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과 동등하게 대출 금리 경쟁하면서 고객을 유치할 상황이 아니다"며 "지난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던 부분이 해소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금융소비자는 과거에 받은 대출을 더 나은 조건의 다른 금융회사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열악한만큼 금리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연 5~6%대 정기 예·적금을 판매했는데요. 이들 상품에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이 저축은행으로서는 버거운 상황입니다. 또한 저축은행계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말보다 1.69%p 상승하며 2016년 말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에 1금융권과 차주의 신용점수 분포가 다르기 때문에 고객이탈이 염려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기존 우량 중신용 차주들이 1금융권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고객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2금융 고객이 시중은행으로 넘어가거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게 본다"며 "1금융은 1금융끼리, 2금융은 2금융권끼리 싸움이 될 것이다. 결국 리스크를 가져가면서 금리 경쟁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대환대출 플랫폼에)참여도는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카드사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은 금융회사 앱을 통해 조회, 갈아탈 수 있는데요. 카드사 대출의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대환 가능성이 높아 중개수수료 부담이 더욱 큽니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조달비용 부담으로 인해 시중은행처럼 대출금리 경쟁을 벌이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등 제2금융권 내에서도 금리경쟁력을 지닌 곳이라면 충분히 대환 수요를 끌어내 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같은 업권 내에서 금리 경쟁 심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하에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상호금융권은 개별 지점이 독립법인이라 여·수신 금리부터 통합하기가 힘든 구조로 대환대출 플랫폼 시스템구축이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플랫폼 대상기관이 아니다"라면서도 "파급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포함될 것에 대비해 상품, 모바일채널 정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근윤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