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동학대 면책' 법안 두고 교원단체·학부모 '대립'

이태규 의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내용의 법 개정안 발의
교원단체 "자는 학생 깨워도 아동학대로 신고 당해…교육 활동 위해 해당 법안 필요"
학부모 "예외 조항 두면 학생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약해져…해당 법안은 위헌"

입력 : 2023-05-30 오후 2:26:5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사의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교원단체와 학부모 간 의견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위축된 교사들의 교육 활동과 생활지도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경우 아동학대 보호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당하지만 유죄 선고 드물어…법 개정 필요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고 입법 예고까지 마쳤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제대로 된 학생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고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 1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55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교육 활동 또는 생활지도 과정 중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변했습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학생을 제지하는 것도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게 지금 학교의 현실"이라며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 의원의 개정안이 빨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민원이 제기될 경우 학교장은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는 수업에서 배제되거나 직위가 해제되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과 즉시 분리되고 이후 수사와 법적 조치 등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사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난해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겪은 교사 중 유죄가 확정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1.5%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최종적으로 아동학대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교사가 받은 심리적 상처는 회복하기 힘듭니다.
 
이에 교육당국도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내용을 담은 개정안 추진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 활동 보호 강화를 위한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교사에게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개정안은 '교육 활동 보호'와 '아동학대 예방'이라는 두 가지 가치 간 조화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역시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 박탈이라는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학내 아동학대 사안 처리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두고 교원단체와 학부모 간 의견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교원단체는 정당한 교육 활동과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해당 개정안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연약한 아동 보호하는 법안에 예외둘 수 없어"…교원단체·학부모 대립각 두고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학부모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크게 염려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와 관련해 법적으로 예외 조항을 두면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 내용 가운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이라는 부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를 비롯한 9개 학부모 단체는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대해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아동복지법이 악성 민원을 남용하는 일부 학부모의 무기가 돼서는 안 되지만 교사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가장 힘없고 연약한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며 "아동복지법은 그동안 부모와 교사 등 성인이 저지른 행위가 아동을 손상시키고 죽게 했던 수많은 피해 위에 만들어진 아동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동학대를 법적으로 용인하겠다는 비윤리와 비문명의 극단"이라면서 '아동학대 면책법은 위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을 두고 교원단체와 학부모 간 대립각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흘러가면 안 된다는 걱정 어린 시선도 존재합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이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볼 수밖에 없다"며 "충분한 대화와 토론으로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두고 교원단체와 학부모 간 의견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아동학대에 예외를 인정하면 아동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냅니다. 사진은 지난 23일 학부모 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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