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북, 또 '엄포'…한미일은 전방위 '돈줄 죄기'

선택지 없는 윤석열정부, 독자제재 강화?

입력 : 2023-06-01 오후 5:30:3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사진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군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곧바로 추가 발사를 예고했습니다. 미사일 발사 실패로 체면을 구긴 북한이 또다시 엄포에 나선 겁니다. 정부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한 안보리 결의에 찬성하지 않고 있어, 현실 가능성은 낮은 상태입니다. 정부로선 북한이 추가적 핵·미사일 개발에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독자제재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한미일 3국이 함께 ‘전방위 핵미사일 돈줄 죄기’에 돌입, 제재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찰위성 실패 하루 만에 김여정 등장…'추가 도발' 예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에 ‘그 누구도 위성발사에 대한 우리의 자주적 권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확언하건데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군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발사 이후 2시간 30여분 만에 발사 실패를 인정하면서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북한은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발사 장면을 대외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정상적인 위성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이번 발사가 위성 발사였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고 하고,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추정컨대 (미사일 발사는) 국제기구에 통보했던 사안이고 국제사회가 다 지켜보고 있어 숨길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발사를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국가안보실에서 전날 개최한 안보상황점검회의와 NSC 상임위는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발사한 군정찰위성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발사인 만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에 해당됩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미 실효성 논란에도북 '핵미사일 자금줄' 제재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개발 자금줄 차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실현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윤석열정부가 미국과 일본과 밀착외교를 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어 안보리 제재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를 접견하며 엘벡도르지 몽골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때문에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독자제재’일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최근 북한이 암호화폐 해킹 등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독자제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해킹이 초기 비용이 적게 들고 각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거래를 할 수 있어 자금 마련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독자제재’ 역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뉴스토마토>에 “독자제재를 했을 때 뚜렷한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안보리 제재 결의 시도, 독자제재를 1년 넘도록 해봤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 이제 상황을 점검해 전략을 달리할 때가 됐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부는 일단 미국·일본 등과 공조해 압박·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향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3국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위성 발사를 감행한 것에 강력 규탄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게다가 제주 해상에서는 한국 주최로 미국, 일본, 호주 등이 다국적 해상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이번 훈련은 대량살상무기(WMD)를 바다에서 옮겨 싣는 행위를 차단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런 공조들을 바탕으로 북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입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장윤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