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기자본 타깃된 2차 전지 테마주

정보접근 어려운 해외법인 통한 주가부양
무자본 M&A 등 투기세력…주가부양 후 매량매도

입력 : 2023-06-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급등세를 이어가는 국내 2차전지 테마주들이 해외 투기자본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해외법인을 통해 주가를 띄우거나, M&A를 통해 기업을 인수한 이후 의도적으로 주가 부양을 하고 있습니다. 세력의 놀이터로 변모한 후 발생하는 모든 피해는 결국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무자본 M&A 의혹 윈텍, 최대주주만 차익 챙겨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닥 상장사 윈텍(320000)의 마감가는 3140원으로 지난 3월31일(9300원) 대비 66.24% 급락했습니다. 같은기간 코스닥 종목 하락률 7위로 차액결제거래(CFD)거해 폭락 종목 중 하나인 하림지주(003380)(8위)보다 더 큰 하락폭인데요.
 
윈텍의 주가 급락 원인으로 최근 변경됐던 최대주주의 대량 장내매도가 꼽힙니다. 앞서 윈텍은 지난 3월14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최대주주 변경 계약과 함께 윈텍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공시 직전일인 13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주가가 47.55% 급등했으며, 22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했죠. 이후 2차전지 관련 소재인 동박 사업 관련 기대감도 작용하며 수차례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습니다. 당시 윈텍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최대주주가 말레이시아 최대법인인 라이온그룹의 오너회사인 모브아시아의 자회사(스페이셜바이오테크놀로지)라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새로운 최대주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 급등이 이뤄졌지만, 스페이셜은 주식양수도 직후 지분 처분에 나섰습니다. 지분 양수도 계약 잔금(4월13일)을 납부한 직수 재무적투자자(FI) 클라우스홀딩스에 70만주를 34억원에 장외매도했으며, 일주일여만에 지분 23.7%(438만4924주)를 장내매도했습니다. 
 
스페이셜의 윈텍 주식 매수가는 주당 4900원으로 총 310억원을 투입해 지분 34.2%를 확보했는데요. 스페이셜이 지분을 매도한 기간 윈텍의 주가가 70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장내매도로 확보한 현금은 307억원 가량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페이셜이 윈텍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전혀 없는 셈입니다. 
 
스페이셜은 앞서 클라우스홀딩스에 70만주를 34억원에 매도했고 남은 지분 6.71%(124만696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8059원에 라이트론(069540)에 매각했죠. 스페이셜은 실질적인 자금투입없이 130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뒀습니다.
 
스페이셜이 차익을 실현하는 동안 일반주주들은 큰 손해를 봤습니다. 4월12일부터 5월19일까지 한달여간 최대주주가 이오테크닉스→스페이셜→토이랜드→라이트론으로 4차례 변경됐고, 이기간 주가는 3000원 밑까지 내리며 고점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크리스탈신소재, 해외 법인 신사업 부각에 최대주주는 매도
 
윈텍의 경우 정보접근이 어려운 해외법인이 최대주주로 변경된 이후 2차전지 관련 사업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는데요. 크리스탈신소재(900250)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합성운모제품 생산기업으로 중국 국적의 다이중치우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입니다. 최근 2차전지 및 반도체 관련 그래핀 사업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지난 10일 평균 입경이 2.495μm 신형 그래핀 용액을 개발했다고 밝혔고 10~13일까지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죠. 
 
크리스탈신소재는 중국 자회사인 장쑤탄구얼웨이를 통해 그래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 자회사을 통해 납품계약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크리스탈신소재는 그래핀 관련주로 언급되며 주가가 상승할 때마다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우중치우는 크리스탈신소재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후차라 환매조건부 매매계약 체결과 장내매도로 지분을 줄여오고 있는데요. 크리스탈신소재가 2거래일 연송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110만주를 장내매도했죠. 지난 2020년 21.85%에 달하던 지분율은 현재 6.78%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정보 접근 어려운 해외법인 통한 주가부양 '주의'
 
업계에선 정보 접근이 어려운 해외법인 등을 통한 주가부양이 ‘기업사냥꾼’ 등 특정 세력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규 사업 진출과 해외 합작회사 설립 등 허위 보도자료와 공시를 통해 주가를 부양한 이후 주식을 매도하는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최대주주의 지분매도가 있었던 윈텍과 크리스탈신소재 역시 정보접근이 어려운 해외 기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는데요. 주가를 급등시킨 신사업에 대한 성과는 부진합니다. 윈텍의 경우 1분기 동박 사업의 매출비중이 190만원에 불과하며, 크리스탈신소재의 그래핀사업의 경우 해외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죠.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허위 공시나 보도자료 등으로 고의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분을 매도했다면 현행법상 불공정거래 소기가 크다”면서 “테마주 열풍으로 관련 사업 진출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무자본M&A로 추정되는 기업의 신사업 진출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보 확인이 어려운 해외법인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 등이 주가부양을 위한 소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최대주주의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이나 사모CB 등을 자주 발행하는 기업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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