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주면 후회…'폭탄 할인' 아우디, 이유 있는 부진

대표 모델 A6 18% 할인, 3월에도 대폭 가격 내려
할인율 따라 판매량 뜰쭉날쭉, '할인차' 이미지 커져
독일 3인방 옛말…볼보·렉서스에 쫓기는 신세

입력 : 2023-06-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아우디가 국내 시장에서 잦은 할인 정책으로 고급 독일차 브랜드 이미지가 퇴색되고 이는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19일 차량구매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아우디의 대표 모델 A6는 최대 18%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사장.(사진=아우디코리아)
 
A6 40 TDI 프리미엄, 45 TDI 콰트로 프리미엄, 50 TDI 콰트로 프리미엄 등 디젤 모델은 물론 45 TFSI 프리미엄 등 가솔린 모델도 17.8~18% 할인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식 A6 40 TDI 프리미엄 출고가 7850만원으로 17.9% 할인을 적용하면 6443만원으로 낮아집니다. 1406만원이나 할인된 가격인데요. A6외에도 A3 최대 14.8%, A4 11%, A5 11.9% 등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앞서 아우디는 A6의 경우 최대 21% 할인을 적용했고 지난 3월에는 24.5%나 할인해 판매했습니다. 10% 안팎의 할인율을 제공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BMW와 대비됩니다.
 
아우디가 이처럼 할인 판매를 이어가는 이유는 지난해 벤츠, BMW 등 경쟁사와 비교해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아우디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2만1402대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습니다. 반면 벤츠와 BMW가 각각 8만976대, 7만8545대를 기록해 6.3%, 19.6%씩 증가하며 아우디와 격차를 벌렸습니다. 과거엔 벤츠, BMW, 아우디 3강 구도가 형성됐으나 점점 벤츠와 BMW의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우디가 2016년 디젤 게이트 이후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할인 판매에 나섰는데 결국 할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겐 '할인 없으면 안사는 차'로 인식이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할인율에 따라 판매량도 들쭉날쭉합니다. 아우디가 2018년 A3, 2019년 Q7, 지난해 A6 등을 대폭 할인한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A3는 2018년 9월, Q7은 2019년 10월 각각 국내 수입차 월 판매 1위를 기록했고 A6도 지난 1월 월간 수입차 판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아우디 A6.(사진=아우디코리아)
 
반면 할인이 거의 없다시피 한 지난 4월 판매량은 473대로 전월 대비 79% 감소하며 판매 순위는 3위에서 10위로 하락했는데 A6 판매량이 181대로 81.4% 급감한데 따른 것입니다.
 
결국 아우디의 큰 폭 할인이 단기적으론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론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할인을 적용하지 않으면 판매가 되지 않아 또 다시 할인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벤츠와 BMW 2강체제로 굳어지면서 아우디는 이제 볼보, 렉서스에도 쫓기는 신세가 됐습니다. 올해 1~5월 판매량 기준 아우디는 8289대로 BMW, 벤츠에 이어 3위를 유지했지만 4위 볼보가 7091대로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렉서스도 5295대로 5위를 기록했습니다.
 
프리미엄차 이미지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데요.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지난해 기준 프리미엄차 구입 의향자의 브랜드 선호율 1위(26.6%)에 올랐고 벤츠(20.4%), BMW(16.7%) 순이었습니다. 이어 볼보(9.1%), 아우디(6.1%), 포르쉐(3.9%), 테슬라(3.5%), 렉서스(3.3%)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컨슈머인사이트는 "아우디는 향후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구도에서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아 경쟁력 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국내에서 아우디 위상이 예전만 못하면서 지난해 7월 새로 취임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임 사장은 2004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브랜드를 이끄는 최초의 한국인이자 첫 번째 여성 리더인데요. 특히 디젤 위주의 판매 전략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취임 직후 9월 출시된 전기차 Q4 e-트론이 환경부의 겨울철 주행가능거리 측정 기준에 못 미쳐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Q4 e-트론이 1587대 팔리며 선방했지만 올해 아우디의 전기차 판매량은 162대에 불과합니다. 벤츠 2878대, BMW 2246대와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업계 관계자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인 Q4는 보조금이 없고 고급형 모델인 RS는 포르쉐, BMW, 벤츠에 밀리는 형국"이라며 "결국 할인 이미지가 굳어진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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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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