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엔씨 실적하락 속 '변화위' 출범에 "하루 노조 가입 8배 늘어"

일각서 비용 절감 구조조정 불안감
노조 "평시 대비 7~8배 가입"
사측 "경쟁력 강화 기구···구조조정 없어"
퍼즐 게임 '퍼즈업' 이용자 반응 긍정적
장르 다변화로 '리니지 이후' 준비

입력 : 2023-10-06 오후 12:12:4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최근 실적 하락을 겪는 가운데 혁신 기구를 출범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인력 감축에 대한 불안감으로 속속 노조에 가입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회사측의 '변화경영위원회(변화위)' 발족 이후 하루 노조 가입자가 이전보다 7~8배 늘어났습니다. 엔씨는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으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날 오전 11시 '변화경영위원회(변화위)' 발족을 사내 공지했습니다. 구성원은 구현범 COO(최고운영책임자)를 포함해 총 6명입니다.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 등이 목적입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이번 변화위 출범은 엔씨의 실적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올해 2분기 엔씨 영업이익은 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1분기 3308억원에서 2분기 2969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그 사이 '리니지M' 매출이 1301억원에서 1278억원, '리니지W'가 1226억원에서 1028억원, '리니지2M'이 731억원에서 620억원으로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100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이달 5일 21만3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엔씨의 근간인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장르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 범람으로 좁은 시장이 됐습니다. 구글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M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밑에 비슷한 게임들이 줄줄이 이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엔씨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쟁사들에 대한 소송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최근 R2M을 서비스하는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소송 1심에서 이겼지만, 당장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전망입니다. 웹젠이 2심 선고까지 R2M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고, 또 기존 R2M 이용자가 단지 1심 선고를 이유로 리니지M을 시작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안해진 직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문의하거나 가입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엔씨 노조 관계자는 "변화위 출범 공지 당일부터 노조 가입 문의가 늘었다"며 "전날부터 노조 가입자가 평일보다 7~8배 늘어나는 등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직장인 익명 소통 앱 '블라인드'에서도 엔씨 관계자들이 구조조정 불안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당장 이익이 줄었다고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건 오해라는 게 엔씨 측 설명입니다. 변화위의 초점은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있지, 절대 인력 감축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달 4일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분야도 프로그래밍과 게임 기획, 개발 관리, 엔지니어링, 보안 분석, 게임 IP(지적재산권) 브랜드 기획, 인사관리(HR) 등으로 다양합니다.
 
엔씨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협의 의사결정체인 변화경영위원회를 운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변화경영위원회는 엔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 도출, 혁신안 마련, 신속하고 과감한 실행을 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장 변화위의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어, 아직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며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다시 공지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엔씨는 기대와 우려 속에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4분기 기대작인 '쓰론 앤 리버티(TL)'입니다. 다만 이 게임이 하락세인 엔씨 수익을 끌어올릴지는 미지수입니다. TL은 엔씨의 첫 콘솔 도전작이지만 장르가 여전히 MMORPG입니다. 엔씨가 TL에 자동사냥을 넣었다가 콘솔 게이머들의 반발을 사, 최근 이 기능을 빼겠다는 공지도 했습니다. 엔씨는 리니지가 비판 받아온 '페이 투 윈(P2W)' 요소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TL이 '콘솔판 리니지'에 머물지, 아니면 2024년 엔씨 신성장의 기둥이 될 지는 연말 국내 출시 때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엔씨는 '리니지 이후'를 위한 사업도 활발히 펴고 있습니다. AI 사업과 함께 다양한 장르 신작을 개발중입니다.
 
장르 다양화의 신호탄은 지난달 출시한 모바일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입니다. 이 게임은 이날 오전 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1위에 올랐습니다. 현재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 36개 지역에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 평점은 각각 4.6점과 4.9점(5점 만점)입니다. 구글 사용자 평가란에는 "단순한 퍼즐 게임이 아니라서 빨리 질리지 않고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히기도 했습니다.
 
장르 다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관심을 모읍니다. 엔씨는 2024년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와 수집형 RPG '블레이드 & 소울 S', 실시간 전략 게임(RTS) '프로젝트G' 등을 순차 출시합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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