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반년'…보완입법은 '요원'

전세사기 피해자들 "전세사기 특별법, 허점투성이"
신탁·다가구 주택 등 피해 '사각지대' 여전
여야, 당초 시행 6개월 뒤 특별법 '개정' 합의
정부·여당, 특별법 보완 입법 사실상 '외면'
야당, 선 구제·후 회수, 피해자 인정 범위 확대 등 추진

입력 : 2023-12-0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지만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행 특별법의 경우 임대인의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정작 전세보증금 회수 등 경제적 피해 회복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3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위원회에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건수는 총 1만100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928건(8.4%)은 부결처리 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부결 사유는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448건(48.3%)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다수 피해 발생·보증금 미반환 의도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 건수는 440건(47.4%)에 달했습니다. 또 전입신고·확정일자 등 대항력을 미확보한 건수는 38건(4.1%), 보증금 상한액 초과와 보증금 미반환 의도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 건수는 2건(0.2%)이었습니다.
 
3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에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건수 중 약 8.4%는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대책 마련 및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신탁사기 등 '사각지대' 여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가 워낙에 어려워 특별법에서 약속한 금융·주거지원이나 경·공매 절차 지원, 우선 매수권 부여 같은 실질적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 당시 모두가 우려했던 대로 까다로운 피해자 인정 요건과 추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어렵게 인정되더라도 정작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정부·여당은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려면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피해자 선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4가지 요건으로 완화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 부동산과 다가구 주택 등 특별법 지원의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세사기 대책위 측은 "신탁 전세사기는 임대차 계약 자체가 권한 없는 자에 의한 계약이어서 임대차보호법상 인정되는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고 특별법에 따른 우선매수권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도 적용받기 어려워 보증금 피해를 줄일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가구, 비주거용 오피스텔도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출이 제한돼 보증금을 모두 잃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낙찰받기는 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3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위원회에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건수는 총 1만100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근절대책 및 보완입법 추진 특별위원회 회의 모습.(사진=뉴시스)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
 
지금도 수원, 대전 등 전국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 5월 여야는 전세사기 특별법에 합의하면서 시행 6개월 후 특별법을 보완 입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이를 외면하면서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반면 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보완 입법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하는 등 특별법 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입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특위 1차 회의에서 "청년들이 보증금을 빼앗기고 중대범죄 피해를 입었음에도 1000명 넘게 피해자로 인정을 못 받고 국가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는 확산되고 사기 수법은 다양해지면서 현행 특별법은 점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은 선 구상 후 구상권 청구, 피해접수 및 지원대상 결정 절차 간소화, 피해자 인정 범위와 지원 확대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의당 역시 선 구제 후 회수를 포함해 우선변제금 적용 대상 확대, 주택인도소송 유예·중지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인 이강훈 변호사는 "많은 피해자들이 정부 지원 대책에 대해 도움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이유가 실태조사를 거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대책을 마련한 데 있다"며 "정부는 피해 실태조사 실시와 함께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취득 자금 대출 지원은 주택에 한정돼 있다"며 "다가구주택, 주거 용도로 사용된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텔 등 다양한 유형의 임차인을 위한 촘촘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3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위원회에 처리한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 건수는 총 1만1007건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수원 전세사기 혐의를 받는 정모 씨 일가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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