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657조'…2년 연속 법정기한 넘겼다

예결위 활동기한 넘기며 본회의 자동 부의
여야, '네 탓' 공방만…쟁점 합의 변수

입력 : 2023-12-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윤혜원 기자]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법정기한(12월 2일)을 넘겼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게 예산안을 처리한 지난해(12월24일)에 이어 이번에도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은 갈 길을 잃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계속되는 예산안 처리 지연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올해도 지각 예산극한 대치에 '최악 국회'
 
3일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활동 기한이 지난달 30일로 종료됐습니다. 예결위는 지난달 24일까지 조정소위에서 정부 예산안 원안을 심사했지만 쟁점 예산안에서 최종 증감액 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심사가 보류됐습니다. 같은 달 27일부터는 예산소위 내 소위원회(소소위)를 가동했으나, 역시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예산안을 기한 내에 의결하지 못하면서 국회법 제85조에 따라 정부 원안이 지난 1일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됐습니다. 다만 여야는 부의안을 상정하지 않은 채 협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여야는 여전히 남 탓 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예산 심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정부·여당이 예산 심의와 예산 통과에 이렇게 무관심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야당이 하지 말자고 해도 야당 설득해서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노력해야 하는데, 지금 대화도 안 하고 피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어 " 합의 안 되면 원안대로 표결하고 부결 되면 준예산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나라 살림이 엉망 되고 국민들 고통받으면 야당 책임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꼬집었습니다. "정부·여당이 기대하는 것처럼 협의 안되면 원안 표결해서 원안대로 되거나 준예산 사태가 올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버리라"고도 일갈했습니다. 
 
반면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부 쟁점 예산에서 야당이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몇 개 중요한 쟁점에 있어서 입장차이가 확연한 사안들이 있다"며 "여야 간의 대화를 통해 타협을 해야 한다. 되도록 빨리 예결위 간사를 독려해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가 꼽은 쟁점 예산은 연구개발(R&D), 지역화폐, 새만금 예산 등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윤 원내대표는 또 "원전과 식량 관련한 예산도 이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어김없이 '소소위' 밀실 심사…짬짜미 예산 구태 여전
 
여야는 일단 오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회기 이내에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와 처리 등을 두고 정국이 급랭하고 있어 예산안 처리 지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늑장 처리도 모자라 올해에도 구태는 반복됐습니다. 예산안 심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소소위에 넘겨지며 밀실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국회 예결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예산안은 여야 의원 3명이 주도하는 '소소위'로 이관이 되는데요.
 
특히 소소위는 법에도 없는 기구라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지 않습니다. 소소위에는 예결특위 위원장인 서삼석 민주당 의원과 예결위 여야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참석합니다.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예산실장 등 소수의 인원만 배석합니다. 
 
예결위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쟁점 예산을 소소위에서 다루는 것은 매년 관행처럼 자리를 잡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쪽지 예산' 혹은 '카톡 예산' 등으로 나눠먹기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진양·윤혜원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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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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