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전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새 수장 '레오 14세'가 탄생했습니다. 추기경단의 비밀투표인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인데요.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주인공은 미국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라는 기록도 남기게 됐습니다.
8일(현지 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이 선출 직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추기경단 수석 부제인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이라고 외치며 새 교황의 선출을 공식화했습니다. 콘클라베가 열린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른지 한 시간여 만에 신임 교황이 누구인지 밝혀진 것인데요.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고, 1977년 성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입회해 교황청 종립 이탈리아 로마 안젤리쿰대에서 교회법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1982년 로마에서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페루의 프란치스코'…이민자·소외계층 포용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사목 활동의 상당 기간을 남미 페루에서 보냈습니다.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란 평가를 받는 배경입니다. 초강대국에서는 교황을 선출하지 않는다는 가톨릭계의 암묵적 동의가 깨지게 된 데에도 그의 이같은 이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레오 14세는 1985년부터 페루 북서부 추루카나스 교구에서 10년 간 사목을 하는 등 20년 넘게 선교사로 활동을 했습니다. 2014년부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에 따라 페루 북서부에 빈민가와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치클라요 교구의 교황 대리로 파견됐습니다. 그는 미국 국적과 함께 페루 시민권도 갖고 있습니다.
추기경에는 2023년 서임됐습니다. 이후 최근까지는 교황청의 주교 임명 부서인 주교성 장관을 맡아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레오 14세는 이민자와 소외계층 포용 등 일부 사회 문제에 진보적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이 때문에 그는 '페루의 프란치스코'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다만 그는 전반적으론 중도·온건 성향으로 분류되는데요. 사제 독신제나 동성 커플 축복 등 교회 내 대립각이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거의 없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레오 14세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교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며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파견 사목을 했던 페루 치클라요 교구 신자들이 교황 선출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2027년 WYD 참석차 방한…개막·폐막 미사 집전
한편, 레오 14세 교황은 오는 2027년 한국을 방문합니다. 차기 세계청년대회(WYD)의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됐기 때문인데요.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지 13년 만에 이뤄지는 교황의 방한입니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두 차례 찾았던 것을 포함하면 역대 네번째 교황의 한국 방문입니다. 레오 14세 교황 개인적으로도 아우구스티도 수도회 총장으로 일할 당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세차례 방한했던 적이 있어 네번째 한국행입니다.
WYD는 전세계 젊은 가톨릭 신자들이 모이는 행사로 역대 교황은 빠짐없이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서울대교구는 2027년 WYD에 최대 70만~8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교황은 WYD 기간 중 개막미사와 파견미사를 집전합니다. 경기도 파주시는 폐막미사 장소로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임진각을 제안한 바 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북한 방문을 수 차례 타진했던 만큼 임진각 폐막미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