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포스코의 잔혹사, 물밑 사투는 시작됐다

입력 : 2023-12-08 오전 6:00:00
포스코 차기 회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LG에서 물러나게 된 권영수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권 부회장은 앞서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군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자 손사래를 친 바 있습니다. 다만 '야인'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 지금도 같은 입장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권 부회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의 인연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입니다. 이는 용산의 정치적 입김을 기대하는 동시에, 주목도가 높아질 경우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소재도 됩니다. 앞서 문재인정부 시절 포스코 회장 후보였던 모 인사의 경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인연이 부각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전례도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2차전지 기업으로 재탄생 중인 LG와 포스코의 방향에 있습니다. LG는 고 구본무 회장의 믿음과 지원을 바탕으로 에너지솔루션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2차전지 셀 업체로 탄생시켰습니다. LG의 간판인 LG화학은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에 힘을 싣는 중입니다. 포스코는 변화의 폭이 LG보다 큽니다. 철강 기업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탈바꿈을 하는 중입니다. 원자재인 리튬부터 양극재와 음극재, 폐배터리 재활용 등 최종 단계인 셀을 제외한 모든 단계를 갖췄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LG의 2차전지 미래를 설계한 권 부회장이 포스코로 향하게 되면 변화의 폭과 속도는 차원을 달리 할 수 있습니다. 셀마저 노려볼 수 있습니다. 
 
포스코의 전례를 볼 때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오른 경우는 김만제 4대 회장, 단 한 차례 뿐이었습니다. 외부 인사가 득실거렸던 KT와 명백한 차이가 나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전례가 원칙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들이 놓치지 않았던 포스코 회장 직을 지방대(부산대) 출신의 최정우 회장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던 포스코와 KT의 잔혹사. KT가 윤석열정부 들어 구현모 체제를 고집하다 크나큰 홍역을 치렀다는 점에서 다음 수순은 포스코임이 자명해 보입니다. 현 최정우 회장은 문재인정부에서 포스코 회장에 오르고 연임까지 했다는 점에서 용산은 계속해서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단 한 차례도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때문에 그의 3연임 도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임기를 무사히 마치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상황입니다. 
 
과거 MB정부 시절 왕차관이 면접까지 보며 회장을 낙점했던 포스코. 포스코의 상징과도 같은 고 박태준 회장의 기일이 지나면 다음 회장 직을 놓고 치열한 물밑 사투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잔혹사'가 반복될 지 지켜보겠습니다. '자유시장'과 '관치'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고재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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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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