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80만원 질렀어요"…르세라핌 경제학

컴백 르세라핌 팝업 스토어 방문기

입력 : 2024-02-20 오후 2:03:43
금호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이 르세라핌 굿즈 쇼핑백을 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매장 전체가 매우 패셔너블해 즐겁게 쇼핑했습니다. 특히 르세라핌의 뮤직비디오 장면을 재현한 증강현실(AR) 체험에서는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힙한 한국문화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19일 걸그룹 르세라핌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열린 서울 금호 알베르 인근. 거리 곳곳에서 영문 'LE SSERAFIM'이 새겨진 보라색 쇼핑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금호시장 인근의 한 카페에서도 팝업 방문객들을 연달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수북한 보라색 쇼핑백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던 한 남성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걸치고 있는 자켓에도 가슴 왼쪽에 르세라핌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대만에서 왔다는 그는 "르세라핌 팝업과 오늘 열리는 미니 3집 앨범 'EASY'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도 방금 전 팝업에서 샀다며 활짝 웃어 보였습니다.
 
얼마나 샀냐고 물어보니 선뜻 영수증을 보여줬습니다. 티셔츠, 헤어클립, 키링, 볼캡, 미니시계, 파우치, 포토카드 바인더 등 80만원이 적혀 있었는데요. 말로만 듣던 대만 '큰손' 관광객이었습니다.  
 
르세라핌 팝업에서 구매한 내역이 적힌 영수증(사진=뉴스토마토)
 
팝업, 오감만족 체험형 공간
 
팝업스토어는 주로 패션, 화장품 등 뷰티 분야에서 활용되던 임시 매장 개념입니다. 엔터업계에서는 아티스트들의 데뷔나 컴백 전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매장을 한시적으로 운영해 고정비가 적은 데다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는 자리가 아닌데도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방문자 수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돌 팝업은 단순히 아티스트의 초상권이 새겨진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선 오감만족 체험형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테마로 한 체험형 쇼룸이나 멤버들이 직접 기획하거나 이미지를 형상화한 식음료 메뉴,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담은 패션 아이템 등을 접할 수 있는 건데요.
 
이 때문에 국내 코어 팬 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팬클럽 회원이 아닌 이들도 친구들끼리의 놀이, 데이트 장소로 팝업 스토어를 찾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르세라핌 팝업을 함께 찾은 남고생 4명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놀이 공간이 없다보니 체험형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을 즐기는 방식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며 "현재 40~50대 부모들은 과거 1990년대 1세대 아이돌이 나왔을 때 팬덤을 형성했던 분들로 자녀들의 덕질이 과하지만 않으면 취미나 문화생활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구매로 연결돼 비용이 드는 것은 맞지만, 부모가 보상과 연결지을 경우 팬 활동이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르세라핌 팝업 매장 안. 위층에 올라가기 위해 방문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스위프트노믹스 잇는 르세라핌의 영향력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는 미국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말인데요. K팝 가수들이 유발하는 경제효과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성수동에서 진행된 르세라핌 팝업에는 12일간 만6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평균 1300명이 방문한 겁니다. 올해 팝업 방문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오픈 첫날 입장 전 대기인원만 200명이었다고 하이브 측은 밝혔습니다. 
 
르세라핌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한 편인데요. 그룹 컨셉이나 음악적 색깔이 분명해 패션 브랜드처럼 소비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콜라보를 제안하기도 한다는데요. 이날 팝업에서는 커스터마이징 테크 액세서리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한 휴대폰 케이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도 르세라핌을 만날 수 있습니다. 크림은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요. 르세라핌이 하나의 브랜드로 입점해 있는 겁니다. 멤버별 착용 액세서리와 의류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크림에 아티스트 브랜드관이 입점한 것은 르세라핌이 처음입니다. 
 
협업은 베이커리 부띠끄 브랜드와도 이뤄졌습니다. 팝업 인근 디저트 카페 '아우푸글렛' 매장에서 멤버별 이미지를 형상화한 케이크를 맛볼 수 있었는데요. 아직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아 낡은 빌라들 사이 아우푸글렛 매장 앞만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한 방문객은 "보통 콜라보 카페는 비주얼에만 신경 써 맛은 별로인 경우가 많았는데 유명 브랜드와 하다 보니 엄청 맛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하이브(352820) 관계자는 "성수에서 팝업이 너무 많이 진행돼 오히려 트렌디하다는 느낌이 줄어들면서 요즘 금호가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며 "금호 알베르도 원래 교회 건물이었다가 목욕탕을 거쳐 최근 건물이 리모델링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주변 상권과 협업해 도시 전체에 IP(지식재산권)를 접목한 문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담긴 특별한 아이템이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멀리서 본 디저트 카페 아우푸글렛 매장 거리 풍경(사진=뉴스토마토)
 
우산을 든 채 아우푸글렛 앞에 줄을 선 방문객들(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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