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이어 한화도 '금융지주'?

한화 생·손보·증권 통합 가능성 제기
통합 메리츠 뜨자 한화도 거론
지배구조·금산분리 등 걸림돌…현실성 떨어져

입력 : 2024-03-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주목받으면서 '한화금융지주' 가능성을 거론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리츠가 보험, 증권 등을 100% 자회사로 품은 금융지주사로 변신, 2년도 안 돼 두각을 나타내자 일각에선 한화도 같은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배구조 측면이나 금산분리법 등 난관이 많아 한화금융지주 출범은 현실성이 낮아 보입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전날 7만93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해 말 5만9100원이었던 주가가 올해 34% 넘게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27일엔 장중 8만73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통합 메리츠금융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자 금융투자업계에선 메리츠와 비슷한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한화그룹도 보험사와 증권사를 모아 한화금융지주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한화(000880)그룹엔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000370), 한화투자증권(003530) 등 상장 금융계열사와, 한화솔루션과 한화글로벌에셋 아래 비상장 금융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이 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지주도 보험업을 중심으로 출범했던 것처럼 보험업계 상위에 속한 한화도 보험을 중심으로 증권, 저축은행을 아우르는 금융지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지주사 출범 시 의사 결정이 집중돼 자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비용절감, 통합 플랫폼 출시 등 다양하게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만 한화가 금융지주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대주주의 지배력 약화가 최근 진행 중인 3세 승계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화생명은 한화가 43.24%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을(51.36%),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자산운용이 46.08%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입니다.<그래픽 참조> 최종적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의 최대주주(22.65%)로 정점에 서 있습니다.
 
만약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화손보와 한화투자증권이 합쳐지거나 금융지주 아래 모인다면 김 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메리츠금융의 경우 조정호 회장의 보유 지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94%입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만들기 전에 직간접적으로 70% 이상 보유했던 것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메리츠금융의 경우 조 회장이 "승계는 없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대주주와 일반주주 간 목적이 맞아 떨어진 통합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주가 부양과 배당, 즉 주주환원이 대주주, 일반주주 모두에게 좋습니다. 반면 한화금융은 적어도 지분 승계가 진행되는 동안엔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최대주주에게 이롭지 않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20%를 조금 넘는 대주주 지분은 그리 많지 않아서 금융 계열사가 통합하면 구조적으로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행동주의 펀드라든가 주주들의 입김이 거세지만 승계가 다 끝나야 그와 관련한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법도 한화금융지주 설립엔 걸림돌입니다.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한화인데요.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습니다. 한화 계열사들을 산업과 금융으로 쪼갠다고 해도 지분 정리 절차가 굉장히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 통합과 관련해선 들은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결정과 주주환원 강화를 천명한 2022년 11월21일 당시 주가(2만6750원)와 비교하면 신고가 기준 226.3%, 6일 종가 기준 196.4% 상승했습니다. 
 
또한 통합 첫해였던 지난해 당기순익 2조1333억원을 기록, 2조 클럽에도 입성했습니다. 그리고 앞서 공언했던 것처럼 순이익의 절반을 들여 6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4483억원을 배당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지난해까지 매입한 5602억원 규모의 자사주도 전량 소각했습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63빌딩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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