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잇따른 CB 풋옵션 행사에 발등에 불

전환가액 크게 밑도는 주가…조기상환청구 속출

입력 : 2024-03-20 오후 3:58:34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상장기업들이 호시절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 만기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부진에 빠진 기업들이 많은 탓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도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투자자들은 주식전환 기대를 버리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 달 내 CB 조기상환일이 도래하는 기업 중 풋옵션 행사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19일 현재 13개사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조기상환일에 맞춰 풋옵션을 행사한 채권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 달 내 CB 조기상환일이 도래하는 기업 중 풋옵션 행사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19일 현재 13개사로 확인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중 일부 기업은 CB 발행 물량 대비 풋옵션 행사비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발행한 채권의 절반 이상이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입니다. 
 
모바일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하는 카카오게임즈(293490)의 경우 1회차 CB 5000억원의 풋옵션 행사비율이 74.2%에 달했습니다. 체외진단 전문회사인 미코바이오메드(214610)도 7회차 CB 90억원 중 풋옵션을 행사한 비율이 83.3%에 육박합니다. 바이오기업 비보존 제약(082800)의 20회차 CB(310억원)도 77.4%이며, 집진장치 제조업체 KC코트렐(119650)의 2회차 CB(750억원)도 63.3%나 행사됐습니다. 이밖에 '부산행', '태양의 후예' 등을 제작한 NEW(160550)(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의 경우 200억원 규모의 3회차 CB 전량을 조기상환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선 것은 CB를 발행한 기업들이 부진에 빠진 탓입니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가액을 밑도는 경우 주식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채권 원리금을 조기상환 받으려는 것입니다. 풋옵션은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 정도로 하락했을 때 행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풋옵션 일정이 도래하는 기업 대다수는 이미 시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이 한도까지 인하 조정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 13개사 중에서도 리픽싱 조항이 없는 4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주가가 최저 조정가액보다 낮습니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주가가 3675원으로 최초 전환가액(1만3650원)에서 73.1%나 떨어졌습니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이 5만2100원이었던 카카오게임즈도 19일 주가가 2만3250원에 불과합니다. 
 
비슷한 시기 자금 조달에 나섰던 케이씨코트렐, 머큐리(100590), 드림시큐리티(203650), 아이엘사이언스(307180), 러셀(217500), 미코바이오메드(214610) 등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주가가 액면가를 미달하는 경우는 상황이 더 급박합니다. 자본시장법상 액면가에 미달하는 가격으론 신주 발행이 금지돼 있어 이미 발행한 CB 물량이 있을 경우 새로운 자금 조달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엑서지21(043090)의 경우 정관을 변경해 전환가액을 1645원까지 끌어내렸지만 주가는 417원으로 액면가보다 낮습니다. 
 
아직 CB 채권의 만기가 남아 있는 상장사들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CB, 유상증자, 주식담보대출 등 자금 조달 방법을 찾느라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한 상장기업 관계자는 "이번 CB 조기상환을 위해 지난해 말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진행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에선 "조기상환을 위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기금을 이번에 털어냈다"고 밝혔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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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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