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로 중기 인력난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원인인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돈' 문제 해결 없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중소기업 멸시 현상'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와 대기업 노사, 중소기업이 함께 만드는 상생 모델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인력난 문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 계약학과, 기술사관 육성 등의 정책 운영에 이어 최근에도 중소기업 인력 매칭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격차 발생을 야기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곁가지만 건드리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법을 찾겠다는 관점으로 임금격차 문제에 접근한, '주와 부가 바뀐' 정책"이라며 "근본적으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 한시적으로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 맞춤형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연말 성과보고서 기재용 '보여주기식' 대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제조 중소기업 절반 가량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때문에 인력난이 발생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BK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실시된 '제조 중소기업 인력난' 설문조사에서 258개 제조 중소기업의 50.2%는 '임금, 복지 수준 개선'이 인력난 해소를 위한 근본 해결책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91만원으로, 중소기업 근로자(286만원)보다 약 2.07배, 305만원이나 더 많았습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월 청년 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3%가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답한 데 반해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습니다. 청년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임금 및 복지 수준을 1순위로 고려(86.7%)'하며, '중소기업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임금 수준의 향상이 가장 필요하다(78.0%)'고 답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노사와 정부 중심의 상생모델이 임금격차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SK이노베이션처럼 대기업 노사가 협력 중소기업의 근로자 처우 개선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정부는 대기업에 세제 등의 혜택을 주는 지원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본사 직원의 기본급의 1%를 각출해 원하청 상생 기금을 조성, 총 220억원의 상생기금을 협력사에 전달해 왔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착안해 지난 3월20일 대기업 노사가 협력사의 근로복지 증진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면 사업주 출연분의 최대 100%, 근로자 출연분의 최대 200%를 지원하는 '상생연대 형성지원 사업' 시행을 발표했습니다.
'십시일반'식 상생은 노조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연대임금을 조성해 오고 있습니다. 연대임금제는 한노총 소속 노조의 임금 인상분 일부를 처우가 열악한 산하 노조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제도입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대임금제는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노조가 개별 사업장의 임금 인상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연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으려면 연대임금 모델을 도입해 다양한 사회실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현재는 기업의 선의에 맡기는 구조이므로 확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첨언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금 여력을 키워 임금격차를 해소하게 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중소기업으로 구성된 클러스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양수 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 원장은 "중소기업이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안주하지 말고, 성장하고 규모를 키워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줄 여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한 혁신 클러스터 조성'을 들었습니다. 이미 성장한 큰 기업들이 먼저 지역에 들어가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면, 해당지역의 중소기업도 덩달아 발전하게 돼 자연스레 임금 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게 박 원장의 설명입니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한 기업에 규제를 완화해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월 협력사에 상생기금을 전달했다.(사진=뉴시스)
조성은 기자 se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