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빅히트 엔테인먼트로 시작해 지난 2021년 사명을 바꾸며 새로운 도약을 알린
하이브(352820)가 국내 엔터기업 최초로 대기업집단 입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이 국내외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총 7년간 매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지난해에는 국내 엔터사 최초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는데요. 지난해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이브 총자산은 전년 대비 9.8% 늘어난 5조3457억원입니다. 하이브의 자산총액은 위버스컴퍼니, 빅히트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등 총 16곳의 계열사가 합산된 수치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1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해당 집단 총수를 지정해 발표합니다.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3월 말이라 현재 기업들로부터 자료를 받고 검토 중"이라면서 "지정 기준을 GDP와 연동하는 방식은 기존 10조원 기준이던 '상호출자제한집단'만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기준은 제도 개선 절차가 남아있어 예년처럼 5조원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설명입니다.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공시 의무가 부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존 대기업과 구조가 달라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고윤기 로펌 고우 변호사는 "하이브의 대기업 지정은 우리나라 엔터산업의 역사적 성장을 의미한다"며 "예전보다 규제는 받겠지만 기존에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면서 받는 규제 강도보다는 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기본적으로 출자규제 등 내부거래 제한을 위해서인데, 하이브는 적은 지분으로 몇십배 되는 기업을 지배하는 식의 기존 순환출자 구조와는 다르다는 판단입니다.
하이브는 우리나라 엔터사 역사를 다시 쓴 기업으로 일컬어집니다. 그동안 여러 K팝 아티스트가 세계 최대 엔터시장인 북미에 진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부분 각 연예기획사의 주력 아티스트 1~2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와 달리 하이브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등 다수 아티스트가 빌보드 메인 차트를 정복하며 압도적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하이브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레이블·솔루션·플랫폼' 세 축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슈퍼 IP(아티스트 가치)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게임 퍼블리싱,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 매출 구조를 다각화 중인데요. K팝을 비단 음악적 특성만을 가리키는 장르 용어가 아닌, 음악과 콘텐츠의 제작, 유통, 마케팅, 팬 커뮤니케이션 등 음악을 중심에 둔 시스템으로 장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음악적 색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고 본사는 회사의 인프라와 팬덤에 대한 인사이트를 다시 모든 레이블에 제공해 리스크를 분산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시스템화되고 구성원들을 고무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슈퍼IP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방시혁 의장, 하이브 사옥 외관(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