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뷰)분리계약 통용 시대…핵심은 '상표권'

아이돌 브랜드화…굿즈 판매 등 상표권 분쟁 쟁점
"계약 만료 후 상표 사용 범위 명확히 해야"
민인기 태평양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 팀장 인터뷰

입력 : 2024-04-11 오후 2:12:5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마의 7년', 아이돌 그룹이 겪는 해체 주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활동 7년 차가 되면 멤버가 탈퇴하거나 팀이 해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최근에는 인기 정점을 찍은 아티스트들이 그룹 활동으로는 재계약을 맺지만 개별 활동은 따로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 엔터테인먼트·스포츠팀 팀장 겸 판교사무소 대표인 민인기 변호사(사진)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계약기간 만료 후 개별활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속사에 몸 담으면서 만들어진 그룹 명칭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할 지에 관심이 높다"며 "아이돌의 음악적 성공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만큼 추후 굿즈 판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상표권' 분쟁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민인기 법무법인 태평양 엔터테인먼트· 스포츠팀 팀장(사진=태평양)
엔터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지식재산권 중 저작권 외에 상표권도 중요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과거 음반, 연예업에 한정된 상표출원이 최근에는 아이돌 굿즈 시장 활성화로 화장품, 의류, 액세서리, 문구용품, 식품 등 전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표준계약서는 전속계약 기간 동안 만들어진 상표권에 대해 소속사가 갖고 있다 계약이 만료되면 아티스트에게 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거나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 소속사 측에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데요. '정당한 대가'가 얼마인지에 대한 쟁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표는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이므로, 권한없는 사람이 타인의 상표권을 상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민 변호사는 과거 HOT 상표권 분쟁 소송을 HOT의 승리로 이끌었는데요. 그는 "HOT가 재결합 콘서트를 하면서 'HOT'라는 명칭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상표에 대한 권리를 그룹 멤버들이 아닌 제3자가 보유하고 있어 HOT 멤버들이 콘서트를 개최하는데도 한정적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며 "HOT 명칭을 굿즈에 부착해 판매하는 행위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됐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초창기여서 권리관계를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분쟁이 생긴 건데요. 이후 사건들이 판례로 쌓이면서 철저한 상표권 관리·운영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돼 각자의 길을 가게 될 때 상표권을 여전히 소속사가 보유하는 것으로 정할 경우 어떤 측면에서는 쓸 수 있고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놓는 게 좋겠죠. 또 보통 계약 기간이 끝나도 계약기간 동안 만들어진 콘텐츠는 소속사가 권리를 갖고 활용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자세히 규정해 두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는 "최근 상표권 자문 증가는 팬덤이 충분히 확보된 아티스트들이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활동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보니 증가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 자체가 엔터산업의 성장과 시장 저변 확대를 의미한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태평양에서 근무해 온 민인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콘텐츠·엔터산업 분야 전문가입니다.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와 엑소(EXO)의 전속계약 관련 분쟁, HOT 상표권 분쟁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입니다. 하이브(352820) 등 국내 주요 엔터기업들의 아티스트 전속계약·저작권·IP 관련 자문,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권·IP 관련 딜 자문 등을 수행해 왔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표준계약서 작성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지.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사용 사례를 살펴보면 큰 기획사는 표준계약서를 기초로 필요에 따라 적절히 수정해 사용하고, 중소 기획사는 표준계약서를 기본적으로는 그대로 갖다 쓰면서 계약 기간 등 일부 내용 정도만 수정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성 자체보다는 계약 체결 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표준계약서에 정산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는데 해석상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정산금이 없다 하더라도 정산자료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아티스트들도 관련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이후 분쟁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요즘은 해외에서도 국내 엔터사에 투자하는데 관련 자문 추세는.
 
몇년 전 한류 열풍 당시에는 중국 쪽에서 투자가 많았습니다. 당시 분쟁 유형은 계약을 체결해 일정 금액을 투자하기로 해 놓고 의무이행을 안 한다든지, 투자에 대한 대가로 소속 아티스트의 초상 등을 특정 물품에 사용하도록 라이선스를 부여받았는데, 임의로 다른 물품에 사용하고 라이선스료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식이었습니다.
 
요즘은 아티스트들이 해외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다보니 현지 로펌과 조력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티스트 권리가 많이 보호되고 소속사보다 현지 에이전시 개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해 차이점을 조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영화 쪽에서도 자문을 해오셨습니다.
 
영화는 종종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기초로 영화가 제작됐다고 주장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요 줄거리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쟁점인데요. 대부분 인정이 잘 안 됩니다. 어문저작물을 영상저작물인 영화와 일률적으로 대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OTT시대인 만큼 배급 과정에서 라이센스 계약 자문도 증가하는 편입니다. 특정 플랫폼에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했는데, 다른 플랫폼을 상대로 라이선스를 주는 경우 기존의 독점 라이선스 범위를 위반했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민인기 태평양 변호사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태평양)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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