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명이 꺼진 무대 위 낙선한 정치가들의 비참함 - 정치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입력 : 2024-04-22 오전 6:00:00
활동 정치인들이 4년을 기다리며 준비해 왔던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바로 22대 총선 이야기이다. 4년에 한번 있는 선거 이를 준비해온 활동 정치가의 입장에서 이 축제의 끝은 누군가에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성취를 이룬 희열이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느껴지는 절망이 되기도 한다. 어느 이벤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반짝이던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무대에 남는 다는 것은 허탈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비례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일찍이 고배의 잔을 마셔야 했다. 그래도 나름의 의미를 다하기 위해 13일간의 본격 유세기간 여러 지역의 후보들의 지원을 위해 분주히 나름의 노력을 다하는 시간을 가졌다. 1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여느 입후보자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 자정이 될 때까지 거리에서, 전통시장에서, 광장에서 또 선거유세차 위에서 분주하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하지만, 흉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질적으로 자신의 선거를 오롯이 치룬 이들과 다른 입장이기 때문이다. 잠시 지연 시켜놓은 냉혹한 현실은 선거 결과가 나온 다음날인 4월 11일에 어김없이 냉혹하게 밀려왔다.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인 경선에서 낙천한 이들이나 본선에서 패한 이들이나 매한가지로 소위 말하는 혼돈의 시절을 보내는 중이다. 누군가는 나름 의미 있는 결과 였다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모든 활동을 접고 칩거에 들어가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4년 후를 벌써 준비하는 듯 소란스럽고 분주하기도 하다. 이 모두가 결과를 이루지 못한 낙담에서 오는 여러 후폭풍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여러 메시지가 쏟아진다. ’이제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어떤 자리를 맡아 역할을 해야죠‘라고 하는류의 다소 추궁형 메시지도 있고, 다음에는 꼭 입성할 거예요, 계속 정진해 나가시길 응원하겠다 유의 적극적 위로형 메시지도 있다. 모든 것이 솔직히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일단 성공하지 못한 결과를 안은 이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겪는 좌절감을 그 어떤 말로도 충분히 채울 수 없는 것이 이치이다. 조언이란 불확실성이 가득한 가정이고, 결국 모든 것은 가정적 미래보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니, 스스로가 다시 모든 것을 리셋하고 재정비하기 전까지는 답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아마도 이 실패의 트라우마에서 속히 벗어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래야 그 다음의 단계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이토록 낙선한 정치활동 가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삶의 과정에 있어서의 불안정성에 그 이유의 한 자락이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은 선출된 정치인 외에 다른 이들이 안정적 정치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체제가 없다. 또한 정당조차 선출된 의원 중심으로 굴러가니 선출되지 못한 정치가는 활동을 이어갈 플랫폼이 없는 격이다.  
 
정치 자금만 하더라도 예비 정치가가 활동 지원금을 받을 법규가 없다.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노동자관련 법률이 없으니, 입후보를 하기 위해서 직장을 접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그렇다 보니 낙선한 정치가의 입장에서는 먹고 살 생활비 걱정이 우선이 되고 결국 신념과 의지를 접고 생업을 해야 한다. 게다가 공천 및 경전 과정에 들어가는 선거비용 또한 만만치 않으니, 막대한 빚을 끌어안게도 된다. 정치 구조가 기득권 정치 세력들에만 유리하니 예비 정치인들에게는 장벽만 남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지역 조직이나 당 조직 또한 배타적인 환경이다. 얼마나 하는지 보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자원 봉사론이 우위에 있다. 이러다 보니 조금만 성에 차지 않으면 쉽게 무능력자로 몰리거나 반대로 기존 정치인에 대한 잠재적 경쟁자로만 몰린다. 이래저래 설자리가 없는 것이다. 
 
예비 정치 활동가들 앞 무수한 장벽들을 넘어설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 우선, 정치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정치자금법 개정이 간절하다. 기득 정치인 외에 좀 더 여러 층위의 사람이 활동 자금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 차원의 지원 제도 통한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독자 생존해야 그나마 기회가 주어지는 극한이 아니라, 다양한 정당 내의 역할과 자리가 제도적으로 예비 정치가들에게 돌아가서 그 들이 그 플랫폼 안에서 안정적 성장을 해 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고 정치 기득권 위주가 아닌 정치 제도 전반의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철새가 아닌 토착종이 정치에도 뿌리 내릴 수 있다. 그래야 시민들이 바라다보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희망도 생긴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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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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