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부족③)해외 팝스타 패싱…K공연장 태부족

테일러 스위프트 도쿄 공연, 경제효과 3018억원
국내 공연장 인프라 부족, 해외 아티스트 월드투어 제외
일본 1만석 이상 공연장만 40곳

입력 : 2024-04-17 오후 12:18:26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 2월 일본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도쿄돔에서 4차례 공연을 진행할 당시 창출된 경제효과가 도쿄에서만 3018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적합한 국내 공연장 부재로 테일러 스위프트 월드투어에서 배제됐는데요. 해외 아티스트 월드투어의 경우 1년 전 섭외를 해야하지만 국내 여건상 1년 전 공연장 대관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가요계는 공연 시장의 성장을 고려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이라도 공연장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관련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예산만으로 공연장을 짓더라도 이후 운영 및 수익 측면에서 부담이란 입장을 표명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2월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디 에라스 투어'를 펼치고 있다.(도쿄·AP=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난 2월 7~10일까지 도쿄돔에서 열린 4차례 공연의 경제효과는 3018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스위프트노믹스'라고 할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월드투어이지만 국내 유치는 요원한데요. 국내에는 5만석 이상의 전문 공연장이 없어 경기장을 대관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1년전 섭외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콘서트를 하려면 경기장을 이용해야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1순위고 경기가 없는 날 중에 상반기, 하반기 신청을 받아 추첨을 하고 이후 심사 과정을 거친다"며 "5만석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1만석이든 5만석이든 해외 아티스트 섭외 비용이 동일하기 때문에 최소 5만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진행을 해야 섭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와 달리 일본은 1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공연 장소가 40곳 이상으로 공연장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쿄도에만 닛산스타디움(7만2327석), 도쿄국립경기장(6만8000석), 도쿄돔(4만6000석), 아지노모토스타디움(4만9970석), 메이지진구 야구장(3만7933석) 등 3만석 이상의 대형 공연 가능한 장소가 5곳입니다. 
 
2023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공연 시장 티켓 판매액은 3조5800억원으로 한국의 3배 수준입니다. 작년 국내 공연 시장 전체 티켓 판매액은 전년 대비 23.5% 증가한 1조2697억원인데요. 이중 대중음악 티켓 판매액 45.4%(5766억원)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날씨와 상관없이 공연이 가능한 돔 공연장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도쿄돔, 베루나돔(3만1552석), 삿포로돔(4만1484석), 반테린 돔 나고야(4만6000명), 후쿠오카돔(4만석), 오이타뱅크돔(4만석)입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3만7000석), 요코하마 아레나(1만7000석), 피아 아레나(1만2000석), 오사카 아레나(1만5000석) 등 음악 중심 공연장이 4곳 이상이 됩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Eras Tour) 공연을 보려는 팬들이 공연장에 도착하고 있다.(도쿄·AP=뉴시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본 공연 시장의 인프라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게 일본의 경우 예전부터 공연 문화가 잘 준비돼 왔다"며 "국내는 주로 경기장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공연장이라고 할 수 없고 전문 대형 공연장은 최근 개장한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일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2년 하이브(352820)의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서 콘서트를 열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 1회 공연당 최대 1조2207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관계자는 "의정부, 창동, 일산 등에 공연장을 건설하려고 했지만 건설이 중지된 상태다"며 "해외 아티스트 내한이나 국내 콘서트 진행시 해외 팬의 국내 유입 등 공연 시장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이라도 공연장 설립을 시작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CJ 라이브 시티 조감도.(사진=한화건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형 공연장의 경우 국가 예산만으로 짓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를 유치해서 진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경기장의 경우 지자체가 관리를 하면서 일부 경기에 사용되지 않은 기간 공연을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공연장의 경우 운영 측면에서 수익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형 공연장의 경우 단순히 공연장을 짓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 측면에서 공연이 꾸준히 이뤄져 수익을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인스파이어의 경우도 아레나 옆에 카지노와 같은 시설을 통해 수익 구조를 종합적으로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해외 팬들 증가로 3만석 이상의 공연이 무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가요계 관계자는 "사실상 서울 안에 공연장을 지을 땅이 없고 경기도 지역에라도 지어야 하는데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전까지는 3만석 이상을 채울 가수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근 해외 팬 증가로 3만석 이상을 채울 수 있는 가수가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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