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급락한 날에만 샀더니 수익률 ‘4%’ 상승

코스피200 ETF 하락시 매수, 평단가 낮춰
낙폭 큰 2차전지 ETF도 손실 줄어…적립식 투자 효과 재확인

입력 : 2024-04-20 오전 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식형 펀드의 쇠락과 함께 적립식 펀드 열풍도 식은 지 오래입니다. 그 영향으로 적립식 펀드가 인기일 때 주목받았던 분할매수, 분할매도 투자도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주식형 펀드가 아니어도 분할 매매의 효과는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9일 <뉴스토마토>가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례로 분할매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각 종목의 주가 흐름에 비해 분할매수한 경우 성과가 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증시가 크게 하락한 날에 매수한 경우 더 나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급락할 때만 사도 효과 있다 
 
국내 대표 ETF 종목인 ‘KODEX 200’은 올해 첫날 주가가 3만6390원이었습니다. 이달 18일 종가도 3만6405원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17일까지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으나 이날 상승한 덕분에 간신히 0.04%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습니다.
 
만약 이 종목을 매일 장마감 동시호가 때 종가로 1주씩 매수했다면 매수 평균가(평단가)는 3만5815.8원이었을 겁니다. 74영업일 동안 1주씩 매수해 주식수량은 74주, 매수총액은 265만370원입니다. KODEX 200의 주가는 1월2일과 4월18일이 거의 같지만 매일 샀다면 1.64%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입니다.  
 
ETF의 분배금을 기준가에 반영하게 설계된 토탈리턴(TR) ETF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TIGER 200TR ETF는 1월2일 2만295원에서 지난 18일 2만345원으로 50원, 0.24% 올랐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매일 1주씩 샀다면 평단가는 2만17.9원으로 낮아져 연초 이후 수익률이 1.61%로 소폭 상승합니다. 
 
매일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매일 사지 않고 특정한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이 많이 하락하는 날에만 매수하는 방식입니다. 
 
KODEX 200을 그날 주가가 1% 이상 하락한 날에만 1주씩 매수했다면 올해 이 종목을 13회, 13주를 매수해 평단가는 3만5559.6원이 됩니다. TIGER 200TR은 KODEX 200과 등락률이 미세하게 달라 1% 이상 하락한 날이 조금 달랐지만 횟수는 13회로 같았고 평단가는 2만1.5원으로 역시 매일 매수한 경우보다 평단가를 조금 더 낮출 수 있었습니다. 
 
하락률이 1% 이상이 아니라 2% 이상 급락해 시장이 공포에 질린 날에만 매수했다면 성과는 더 좋아집니다. 올해 들어 4개월도 채 안 돼 2% 이상 급락한 날이 3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급락한 날마다 매수했다면 평단가는 KODEX 200이 3만4825.0원, TIGER 200TR은 1만9453.3원으로 매일 1주씩 매수한 것보다 각각 2.77%, 2.82% 더 낮은 것으로 산출됩니다. 투자자가 실제로 이렇게 투자했다면 18일 현재 KODEX 200의 연초 이후 투자수익률은 4.53%, TIGER 200TR은 4.58%가 돼 연초 이후 수익률을 4% 이상 초과했을 거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매일 1주씩 매수한 것보다 급락한 날에 기계적으로 매수할 경우 평단가를 더 낮춰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란 가정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매수 가능일수가 적어 투자금액이 적을 것이고 수익도 작겠지만 이는 매수 수량을 늘리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종목 따라 성과 달라도 효과는 있다
 
다만, 이같은 결과는 모든 ETF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배당주에 투자해 주가 변동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ARIRANG 고배당주 ETF의 경우, 동일하게 매일 1주씩 매수한 평단가는 1만3488.9원인데, 1% 이상 하락한 날에 매수한 경우는 1만3608.4원으로 18일 종가 1만3400원보다 높았습니다.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슈와 관련해 주가의 변동성이 컸던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평단가가 높다는 것은 걸림돌입니다.
 
이와 반대로, 올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KODEX 2차전지산업은 또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이 종목 주가는 1월2일 2만3350원에서 4월18일 1만9414원으로 계속 하락세입니다. 매일 1주씩 샀다면 평단가는 2만1152.5원, 1% 이상 급락하는 날 매수한 경우는 2만831.0원, 2% 이상 급락 시 매수는 2만432.9원입니다. 즉, 매일 사거나 급락한 날에만 주식을 매수했다고 해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최소한 평단가를 낮춰 손실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할매수와 분할매도는 실행하는 기간이 길수록 효과가 뚜렷해집니다. 짧은 기간의 추적 결과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뿐만 아니라 ETF로도 적립식 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접근은 가능합니다. 국내 경제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돌발변수가 튀어나와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공포에 빠져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보다 기계적인 매매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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