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협상 돌입…트럼프 집권 땐 '추가 청구서'

방위비 재협상 압박 불가피…FTA·IRA 합의도 뒤엎을 수 있어

입력 : 2024-04-23 오후 5:37:57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에서 열린 미 공화당 프라이머리 야간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양국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오는 2026년부터 적용될 새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 나섭니다. 양국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몫을 결정합니다. 문제는 '트럼프 리스크'인데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과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재임 시절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압박한 바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협상은 한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재임 시절 '5배 증액' 요구…재협상 한국에 '부담'
 
SMA 체결을 위한 이번 회의는 오는 25일까지 사흘간 이어집니다. 지난달 초 양측이 협상 대표를 선정한 뒤 처음 열리는 회의인 만큼 분담금액과 유효기간 등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 성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SMA 협상과 관련해 우리 측은 '합리적 수준'을, 미국 측은 '동맹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부에선 SMA 타결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에릭 알트바흐 파트너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대선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가 (전임 행정부) 합의를 신경 써서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방어를 돕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과도 그런 대화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상원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법률사무소 덴턴스의 대관업무 담당 샌더 루리 파트너도 "최근 선거에서 일어난 한 가지 현상은 전임자와 강하게 연관된 모든 것이 결국 재고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협상한 것이라면 더 취약하고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인 2019년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을 8.2% 인상하는 선에서 10차 SMA를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 직후 추가 인상을 압박했습니다. 당시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증액을 요구했고, 한·미 대표단이 마련한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협정 공백 사태까지 빚어진 바 있습니다.
 
결국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야 한·미는 그해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13.9% 인상한 1조1833억원으로 정하고 2025년 말까지 4년 동안 매해 국방비 인상률과 연동해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11차 SMA를 타결했습니다. 당시 13.9%는 과거 SMA의 전년 대비 인상률 8차(2009년) 2.5%, 9차(2014년) 5.8%, 10차(2019년) 8.2% 등과 비교하면 큰 폭의 인상분이었습니다. 
 
이태우 신임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기자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도 예외 아니다"…'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무역 관련 합의도 뒤집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알트바흐 파트너는 "트럼프는 미국과의 양자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국가들에 계속해서 집중할 것"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관세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기초한 한국 기업 보조금 지급 약속을 뒤엎을 가능성도 배제 못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IRA에 명시된 청정에너지 투자 보조금과 세제 혜택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뀌고 의회 구도까지 공화당에 유리하게 재편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IRA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바라봅니다. IRA가 폐기되면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노리고 대미국 투자를 늘린 한국 기업이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에 2022년~2026년 527억달러(약 72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25%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법'은 폐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법안은 공화당 전원이 반대한 IRA와는 달리 상원 통과 당시 의원 100명 중 60명이 넘게 찬성하는 등 공화당도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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