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2년)민정수석 부활, '사정정국' 신호탄

윤 대통령 "민심 청취 기능 취약해 고심 끝 복원"
민주당 등 범야권 "검찰 장악·사법 리스크 방어용"

입력 : 2024-05-07 오후 6:05:4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하기로 하고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습니다. '사정 기능'의 폐해를 거론하며 본인이 폐지한 민정수석을 2년 만에 부활시킨 겁니다. 표면적 이유는 '민심 청취'지만 실상은 '사정 정국' 카드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초대 민정비서관에는 이동옥 행정안전부 대변인이,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되는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최측근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정수석, 5대 권력기관 컨트롤타워…'윤 장악력' 키우기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기존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민정수석실 산하에 이관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국민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며 "민정수석실이 없다 보니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이 검찰 출신인 점에 대해 "민심이라곤 하지만 결국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꼭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게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엄정한 수사를 거듭 언급한 강조한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이 부활하자 '사정기관 통제'와 '사법리스크 방어'가 목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실제 민심 청취를 위해 민정수석실을 신설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는데요. 민정수석은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 등 5대 권력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종 수사, 감사, 감찰을 사실상 지휘해 왔습니다.
 
사정 기능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인사와 감찰을 통해 사정기관에 대한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커지는 셈입니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때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는데요.
 
'우병우 사단' 출신 민정수석…"검찰 장악 포석"
 
민정수석이 불법적인 뒷조사로 정적을 통제한 대표적 사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입니다. 그는 국정원을 통해 진보 성향 교육감을 불법 사찰하는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요. 특히 이 지점에서 김 민정수석이 박근혜정부 출범 후 법무부 검찰국장과 차관을 거쳐, 이후 대검찰청 차장을 지내면서 '우병우 사단'으로 불린 대목은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김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사정기관 통제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윤 대통령이 검찰 장악을 통해 가족을 사법 리스크에서 구하려 한다"고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최근엔 '김건희 특검'을 놓고 대통령실과 검찰 사이 갈등설까지 불거지면서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받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찰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 조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사건을 종결하려면 김 여사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하자, 검찰 안팎에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질설까지 거론됐는데요. 이 검찰총장이 중재에 나서면서 일단락됐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김 여사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는 걸로 알려집니다. 검찰이 그간 미뤄둔 주요 사건 처리에 집중할 거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야당 압승으로 총선이 끝났고, 이 총장이 임기 만료를 앞둔 데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검찰 고위급 인사 초읽기…'윤석열 사단' 재편
 
문제는 민정수석실뿐 아니라, 검찰 고위급 인사가 단행되면 윤석열정부 집권 3년 차가 '사정 정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총장은 오는 9월 임기(2년)를 마치는데요. 이 총장의 임기가 마무리되고 신임 총장이 들어서게 되면 대규모 검찰 고위급 인사 수순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때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재편이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즉, 각종 수사로 사정 정국을 조성해 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안을 대비한다는 지적입니다.
 
김 여사 사건 등 현 정부를 상대로 한 수사를 단속하기 위해선 '친윤'(친윤석열)을 넘어 '찐윤'(진짜 친윤석열)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힐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대통령실과 검찰 내부에 긴장이 발생하고 있다"며 "윤 라인(윤석열 라인)' 고위급 검사 사이에서 긴장과 암투가 전개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와 김 여사 관련 혐의 처리 입장이 인선의 핵심 기준"이라며 "윤 대통령은 곧 '데드덕(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권력 공백)'이 될 운명인 자신과 배우자를 위해 뻔뻔한 방패 역할을 하고 정적에 대해서는 더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사람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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