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우원식' 대이변

'명심' 업은 추미애 격침…국회 부의장 후보엔 이학영
이재명 일극체제 '비토'…당내 민주주의 실종에 '경고'

입력 : 2024-05-16 오후 4:46:5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반전을 넘어 '대이변'이 연출됐습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장을 낸 5선의 우원식(서울 노원을) 의원이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6선의 추미애(경기 하남갑) 당선인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열세로 평가받은 우 의원이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의 '추미애 대세론'을 격침한 것은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당내 반감의 결과로 분석됩니다. 그간 좌충우돌 전력을 보인 추 당선인에 대한 비토 심리도 '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 침몰에 한몫했습니다. 추 당선인이 자신의 무기였던 '강성 이미지'에 되레 발목을 잡힌 셈입니다.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당선자 총회에서 꽃다발을 받고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상 입은 '명심 교통정리'…일방통행 '역풍'
 
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선인 총회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진행했습니다.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169명이 참석한 이날 총회에서 우 의원은 과반 득표를 얻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사실상 확정 지었습니다. 최종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 의원이 89표를 얻어 80표에 그친 추 당선인을 꺾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함께 진행된 민주당 몫의 국회 부의장 경선에선 4선의 이학영(경기 군포) 의원이 남인순(서울 송파병), 민홍철(경남 김해갑) 의원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22대 국회 의장단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최종 확정됩니다.
 
우 의원의 당선은 이변 중의 이변으로 꼽힙니다. 그의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장내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는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당초 국회의장 후보에는 6선의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과 추 당선인, 5선의 우원식 의원과 정성호(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 의원이 등록을 했습니다. 후보 등록 직전까지 고심하던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와의 식사 후 경선을 포기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원내대표 선거가 '명심'에 따라 박찬대 의원을 단독 추대 형태로 진행된 것을 의식한 듯, 후보들은 일제히 스스로가 명심에 가까운 후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2일 조 의원과 추 당선인은 전격 단일화 합의를 이뤘습니다. 같은 날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 의원도 사퇴를 했습니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미애로 합의 봐'라는 문구와 함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추 당선인에게 명심이 기운 듯한 시그널로 읽혔습니다.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면서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제' 역시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우 의원은 끝까지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다른 후보들의 중도 포기에 당혹스러움을 표하면서도 "내가 강하니깐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저를 응원해 주는 동료 의원님들도 상대 후보 이상으로 많다고 파악된다. 꼭 완주하고 그 과정을 통해 22대 국회의 방향과 과제를 꼭 밝혀달라 부탁하고 계신다"고 언급했습니다. 
 
우 의원의 이 같은 확신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하고 국민을 살기좋게 만드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민에게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22대 국회 전반기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평련 출신 '외유내강'…을지로위 이끈 '소신파'
 
우 의원은 당선인 총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는 내가 가장 활동을 많이 했다"며 자신이 선택받은 것이 결코 이변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의 '기본시리즈' 공약을 지원하는 기본사회위원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 등 다양한 당내 활동에 참여하면서 함께했던 의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우 의원은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파인 재야 운동권 모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으로 당 안팎의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친소 관계를 쌓아왔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2013년 부당한 갑을관계 문제 해소를 위해 발족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면서인데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며 '약자들의 대변인'이란 별칭을 얻는 그는 박근혜정부에서는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로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을 타결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재수 끝에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이 증명한 '외유내강' 성향이 유연한 협상력으로 여당과 대화에 나서는 동시에 민주당이 추구하는 개혁 국회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의원들의 마음을 산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기명 투표로 본심을 숨길 수 있었던 점이 예상치 못한 선거 결과를 이끌었습니다.
 
총회에 앞서 기자와 만난 친명계 재선 의원은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150여명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의장이 아니라 8명 이상의 반대표를 끌어올 수 있는 의장"이라며 에둘러 우 의원을 지지했습니다. 이를 거꾸로 본다면, '어의추'라고까지 불렸던 추 당선인이 고배를 마신 것은 확고한 당내 기반이 없었기 때문으로도 추정할 수 있는데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좌충우돌' 이미지 역시 걸림돌이 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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