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인턴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가 이달부터 타이어 공급가 인상에 나섭니다. 2023년 이후 2년 만에 가격 인상으로 업계는 주재료인 천연고무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고환율이 이어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리점 납품가가 인상되는 만큼 최종 소비자 가격도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 (사진=한국타이어).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3사가 대리점에 납품하는 교체용 타이어(RE) 가격을 이달 일제히 인상합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자사 대리점인 타이어프로에 납품하는 교체용 타이어 가격을 승용차 타이어는 2~7%, 상용차 타이어(TBR)는 2~5% 올렸습니다.
한국타이어도 같은 날부터 승용차와 상용차에 장착되는 교체용 타이어 가격을 평균 3%가량 올렸습니다. 넥센타이어도 이달 교체용 타이어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인상 폭은 타사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타이어 3사 모두 대리점 납품가를 인상했거나 할 계획입니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각 대리점이 결정하기 때문에 실제 인상률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납품가가 오르는 만큼 소비자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차용 타이어(OE) 가격은 타이어 회사가 자동차 제조사와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납품 계약을 진행하므로 이번 가격 인상과는 무관합니다.
타이어 3사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거뒀습니다. 그럼에도 타이어 3사가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원재값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재료인 천연고무의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천연고무는 타이어 무게의 20~40%를 차지해 핵심 원자재로 꼽힙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고무 가격은 1kg당 202달러로 전년 대비 25% 상승한 수치입니다. 통상 2월부터 5월까지 천연고무 생산량은 감소하는 시기라 당분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합성고무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타이어에 쓰이는 대표적인 합성고무 제품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가격은 2월 중순 기준 톤(t)당 2090달러로 전년 대비 30% 올랐습니다.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원재값은 타이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무 가격이나 운임비, 물가 등이 오르다 보니 전반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올해 말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 '산림전용방지법(EUDR)'의 영향으로 하반기 국제 천연고무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EUDR에 따르면 기존 산림에서 용도가 바뀐 지역에서 생산된 원자재 및 제품은 EU 안에서 유통이 금지됩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시행 직전 1년 연기됐습니다. 천연고무 산지인 태국과 말레이시아 일대 EUDR 인증 업체가 많지 않아 당시 고무 가격이 상승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EUDR 인증을 받은 경작지가 늘고 있지만, 법이 시행되면 공급망이 줄기 때문에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고환율이 유지되는 점도 가격 인상 요인입니다. 동남아에서 들여오는 주요 원재료들이 모두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입니다.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타이어 업계는 보통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원가 부담이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이 좋긴 했지만, 생산 비용도 함께 늘어나 더 이상 가격을 안 올릴 수 없었다”라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급변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