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신한투자증권, 초대형IB 도약 시동…법적 리스크는 '뇌관'

신한증권 6번째 초대형 IB 인가 도전…발행어음에 '초점'
금융당국, 사업계획과 제재이력 요건 강화…취득난항 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 IB 진출 인가 우선 추진

입력 : 2025-04-1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5일 17: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통해 증권업계 선두로 발돋움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발행어음업을 활용한 자금 조달과 사업 다각화는 성장을 견인할 핵심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상장지수펀드(ETF) 손실 사태로 인한 법적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인가 획득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강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발행어음에 미래 달렸다…초대형 IB 선언"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업 인가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03762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삼성증권(016360) 등 5곳이다. 신한투자증권이 목표를 달성하면 국내 6번째 초대형 IB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구체적인 방향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부 검토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라며 “현재 자격 요건을 갖췄고 충분한 검토 끝에 초대형IB 인가에 도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진출은 발행어음업 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이다. 2024년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5조5000억원으로, 발행어음업 인가를 위한 재무 조건을 충족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발행어음업 유무가 대형 증권사의 성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통해 수익을 확대해왔지만, 고금리 환경에서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발행어음업을 영위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
 
윤소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금융 관련 충당금 적립을 감내할 수 있는 대형사의 경우 사업 다각화 시도로 실적을 회복한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그렇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자금력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깐깐해진 금융당국 평가 기준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증권업 기업금융 제고방안’을 통해 3분기 중 발행어음 인가와 IMA·종합투자계좌 신청을 접수해 연내 지정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정책적 지원안을 마련해왔다. 종합금융투자사와 발행어음업 도입이 그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금융과 대기업 대출에 치중된 사업 구조로 인해 당국은 기존 정책을 수정하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위원회 개편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종합금융투자사-발행어음업-IMA·종합투자계좌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정 요건이 강화된다. 사업계획과 제재이력 요건이 신설되며, 별도 기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에 부여되는 IMA·종합투자계좌에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추가된다. 또한, 각 단계별 사업권은 2년 이상 운영 후 다음 단계로 지정된다.

 

 
발행어음 운용 신규 규제안 개요 (사진=금융위원회)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발생한 1,300억 원 규모의 ETF LP 손실 사태로 인해 법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당시 유동성 공급자(LP) 관련 부서 임직원 2명이 사기, 업무방해, 사전자기록등위작,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형사처벌이 확정될 경우 금융당국의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 이는 초대형 IB와 발행어음업 인가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초대형IB 따로, 발행어음 따로"… 개별 추진 이유 있었네

 

금융당국의 강화된 요건으로 인해 신한투자증권의 계획은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ETF 손실 사태로 인한 제재 리스크가 인가 심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본다. 초대형IB로 먼저 지정된 이후 발행어음업을 따로 인가받는 형태다. 연내 금융당국 요건 충족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가능한 사업인가를 획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는 해석이다.

 

2017년 당시 삼성증권은 초대형IB로 지정됐으나, 대주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으로 발행어음업 인가가 지연됐다. 당시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032830)이고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삼성증권은 이 회장이 이후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후에서야 다시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할 수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발행어음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03762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등 4곳뿐이다. 발행어음업을 위한 인가에선 재무적 요건뿐만 아니라 내부통제시스템과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다. 특히 형사소송이나 기관의 조사, 검사 등은 적격성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 LP사태가 아니라면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IB 진출과 더불어 발행어음 인가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했을 것"이라며 "지주 차원의 타격도 심각한 상황이라 연내 발행어음업 인가 획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초대형IB 진출까지는 이전 사례로 볼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삼성증권의 경우 오너 지배 그룹 계열사인 반면, 신한은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 계열사인 만큼 해결 자체는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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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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