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러진 '트럼프 대중국 전략'…러시아 전승절이 '변곡점'

중, '강대강' 장기전 돌입…'반미 연대'땐 트럼프 '수세'

입력 : 2025-04-16 오후 4:17:1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속전속결'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전략'이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중국 고립을 목표로 시작된 관세전쟁 타임 테이블은 중국의 '장기전 대응'으로 어그러졌습니다. 게다가 오는 5월9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전승절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반미'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전략 부재+성급한 추진…트럼프 '패착'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중 협상의 공을 중국으로 넘겼습니다. 중국이 먼저 협상을 요구해야 할 상황이라는 겁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에 열려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중국에 상호관세 125%와 펜타닐 관세 20%를 더해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가 취임 전 밝힌 최대치 60%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대비해온 듯 차례로 '보복'에 나섰습니다. 오히려 전기차·반도체·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인 희토류 금속과 자석 수출을 전격 중단하는 등 '정밀 타격'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통'으로 알려진 미국 외교협회의 러시 도시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큰 그림은 없으며, 파편화한 전술만 보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NYT>는 대중 정책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일관성'을 가지지 못한 채 성급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16일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관세가 100%를 넘긴 순간, 미·중 사이 교역은 사실상 '무역 금지 조치'에 해당하게 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다. 중국도 타격이 있지만 지구전 전략을 짜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협상을 제시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전략의 딜레마를 껴안게 됐습니다. 미국 내 희토류 광산은 부족하고 전체 수입의 약 7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주요 산업에 있어 공급망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또 동맹국을 활용해 중국을 고립하려던 전략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포문을 연 상호관세로 어그러졌습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중국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 중인 고율관세 폐기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EU와 중국 모두 서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지난해 5월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전승절 제79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려 러시아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새로운 경제 질서 시도할 것"
 
세계 경제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글로벌 경기 악화를 야기합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이 유일 해법으로 거론되는데요. 
 
문제는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에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첫 변곡점은 오는 5월9일로 예정된 러시아 전승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미 20명 넘는 정상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초청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굴복할 가능성은 없다"며 "중국은 오히려 브릭스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려고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미 '반미 전선' 확대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 주석은 관세전쟁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베트남을 택했습니다. 그는 사상적 접점을 동원해 베트남과의 경제·외교 운명 공동체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를 거치는 순방도 이어갈 예정인데요.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틈새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브릭스 국가까지 가세하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브릭스 국가의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의 28%에 해당합니다.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딜레마가 커지는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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