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헌정사 두 번째 파면…시작은 '연합 해체'

[최신형의 정치인사이드] YS도 DJ도 연합 해체 뒤 '레임덕'

입력 : 2025-04-17 오전 10:26:32
사진은 지난 2022년 3월7일 경기 화성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대선 유세를 하는 윤석열씨(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민의당 대표).(사진=뉴시스)

#1. 제20대 대통령선거(대선)를 일주일 앞둔 2022년 3월2일. 3·9 대선의 마지막 TV 토론회가 시작되자, 윤석열·안철수 후보 대리인(장제원 국민의힘·이태규 국민의당 당시 의원)이 밀사를 자처했다. 단일화 담판을 위한 심야 회동 장소는 고 장제원 전 의원 매형인 성광제 카이스트 교수 자택. 성 교수는 안 의원의 옛 직장 동료였다. TV토론을 마친 두 후보는 3일 0시 성 교수 자택에서 '편의점 캔맥주'를 부딪히며 의기투합했다. 
 
#2. '윤석열 대망론'이 꿈틀거린 2021년 7월25일 서울 광진구 한 식당. 보수정당 사상 첫 30대 당수인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 윤석열씨가 '치맥 회동'을 통해 그간의 갈등을 봉합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불확실성의 절반 이상은 제거했다"며 "우리가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고 확신한다면 오늘부터 고려해야 하는 세 글자는 시너지"라고 했다. 윤씨는 국민의힘 입당 질문에 대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며 "정권 교체를 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 
 
보수 대연합 무너지자…치고 들어온 '전광훈 세력'
 
결론부터 말하자. 윤석열발 친위 쿠데타의 시발점은 연합정치 해체. 연합정치는 '87년 체제' 이후 정권 명운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1992년 대선을 거머쥔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승리는 민주화 세력의 반발에도 강행한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의 결과물. YS의 레임덕(권력 누수)은 3년 뒤 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결별 이후 가속화. 이후 DJ는 1997년 JP와의 내각제 연합으로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 교체를 단행했다. DJ 레임덕 역시 2001년 JP와 결별 직후 도래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 '윤석열'도 마찬가지. 헌정사상 첫 0선의 검사 출신 대통령. 0.73%포인트 차 신승. 2022년 3·9 대선의 승리 요인은 기존 영남 보수에 '안철수의 중도'와 '이준석의 2030세대' 간 결합.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씨가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도 '영남 보수+중도+2030세대'의 시너지 효과. 보수 대연합이 윤석열의 대선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치 연대가 아닌 보수 대연합은 이내 균열됐다. 윤씨는 연대의 손짓은커녕 매사 '축출 작전'을 폈다. 이들이 하나둘씩 무너지자, 윤석열의 '극우 본색'이 민낯을 드러냈다. 보수 대연합 붕괴의 종착지는 친위 쿠데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자인 윤씨가 극우 아스팔트에 포위된 것도 안철수·이준석과 결별 이후. 안철수와 이준석이 이탈하자,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을 비롯한 극우 아스팔트 세력이 치고 들어왔다. 
 
끝내 찾아온 윤석열정부 몰락의 징조. 정권 교체 이후 안 의원과 갈등을 빚었던 진윤(진짜 친윤석열)계는 2023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비토'를 노골화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의원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거론하자, 용산 '윤핵관'(윤씨 핵심 관계자)들이 "단일화 때부터 신뢰가 무너졌다"고 공개 저격한 게 대표적. 윤·안 단일화 효과도 부정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 이전에는 3~5%포인트까지 이기고 있었는데, 실제 선거 결과 0.73%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며 역효과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 당시 안 의원의 두 번 약속 파기,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국무총리 인사를 둘러싼 갈등. 1·2차 조각 인선에 반발한 안 의원의 무단 출근 거부 등 보수 정권의 '비사'가 터져 나온 것도 3·8 전당대회 직전이다. 윤핵관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안 의원은 23.37%의 득표율에 그치면서 비윤(비윤석열)으로 밀려났다. 윤심(윤석열 의중)을 업은 김기현호는 그렇게 출범했다. 
 
기형적 '보수 민낯'…종착지는 '친위 쿠데타' 
 
사진은 2023년 10월16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의 국회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그에 앞선 윤핵관의 '이준석 축출' 사건. 시작은 2021년 12월27일 극우 성향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이준석 성접대 의혹. 4개월 뒤인 2022년 4월21일 집권 여당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2개월 반 뒤인 7월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결정. 사상 초유인 여당 대표에 대한 징계였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당시 청년최고위원)은 "윤리위가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권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한 달 뒤인 8월27일 이어진 추가 징계. 명분은 양두구육 발언 등 대통령 국정 운영 방해와 당원 모독. 같은 해 10월27일 중앙윤리위원회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추가, 최종 1년을 처분했다. 
 
기어코 찾아온 위기 신호. 윤핵관이 용산을 포위하자, 보수의 가치가 단번이 무너졌다. 확전의 신호탄은 2023년 6월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 참석. 종전선언을 추진한 문재인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하더니, 이들을 향해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 집단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했다. 국헌문란을 일으킨 12·3 비상계엄 포고령의 복선. 
 
친윤 지도부가 들어선 지 불과 3개월 반 만에 드러난 몰락의 징후. 민주주의는 애초 없었다. 배타적 국수주의만 판쳤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딱 두 세력. 내 편 아니면 '공산전체주의'. 좌파에 대한 혐오는 냉전 시대의 반공 이념으로 확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터져 나온 북·중 간첩발 부정선거론도 좌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한다는 몽에서 시작된 게 아닌가. 그야말로 호수 위 달그림자. 
 
이를 제어할 세력은 없었다. 윤씨 주변엔 대통령이 언제 격노할지 몰라 '심기 경호'만 하는 호위무사만 남았다. 김건희 방탄은 필수. 보수의 가치는 온데간데없이 그 자리를 분노와 적개심으로 메워버린 결과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극우 아스팔트만 진동했다. 그들은 늘 불안했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기형적 보수의 민낯. 미친 광풍의 종착지는 국헌문란의 총체인 12·3 불법 계엄. 윤석열이 자초한 명백한 오발탄. 그 헛발질이 자신의 정치적 명을 스스로 끊었다. 내란 수괴가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 아프리카 남부 반투족 언어인 '우분투'(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뭉친 이상 흩어지면 죽는다. 여야의 6·3 대선 후보님들은 준비되셨습니까.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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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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