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과거에는 게임을 하려면 그 게임 CD를 매장에서 사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이 활성화되고, 게임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게 생겨나면서 게임의 구매 및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죠. 나아가 게임 내의 아이템마저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용과 계정, 아이템이 재화로 취급되면서 이에 대한 소유권도 도마 위로 올랐는데요. 토마토Pick이 최근 몇 년간 계속되는 각종 게임에서의 소유권 분쟁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프랑스 파리 게임 위크 행사에서 컴퓨터 화면에 유비소프트 로고가 띄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게임, 어떻게 변했나
논란을 이해하려면 우선 게임의 이용 방식이 과거와 다른 점을 알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게임팩, CD 등을 구매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제는 스팀(Steam)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 다운받아 이용합니다. 과거에는 게임을 사면 끝이었지만 이제는 추가 이벤트나 각종 업데이트가 즉각 반영된다는 점이 긍정적이죠. 그러나 게임사가 운영을 종료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흥망성쇠를 거치며 사라졌고, 이용자의 계정 역시 같은 운명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플랫폼을 통해 유료로 구매한 콘솔 게임의 경우는 어떻게 할까요? 과거에는 게임사가 망해도 게임 CD가 있다면 플레이에 문제가 없었지만, 온라인이 활성화한 현대에는 상황이 달라졌죠. 내가 산 게임이 그야말로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유비소프트 ‘더 크루’ 논란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곳은 ‘어쌔신 크리드’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임사 ‘유비소프트’인데요. 유비소프트는 지난해 멀티플레이 레이싱 게임 ‘더 크루’의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문제는 유비소프트가 온라인 서비스 중단과 함께 오프라인 모드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게임 구매자들이 이용할 방법이 없게 된 것이죠. 이에 일부 이용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유저들은 자신들이 구매한 게임에 대한 사용권 침해라고 주장했지만 유비소프트는 게임 구매자들이 제한된 접근 권한만을 구매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라이선스’, 즉 이용권을 판매했다는 겁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유저들은 게임을 산 게 아니라 사실상 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임대한 셈이죠.
억대 아이템 소유권 분쟁
우리나라에서도 소유권 문제로 떠들썩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3N으로 불리던 NC의 대작 ‘리니지’인데요. 워낙 오래되고,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현금이 많이 투입되는 게임이다 보니 아이템도 고가입니다. 이중 현금 1억원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을 유저 A씨가 당시 게임 속 유저들간의 관행을 어기고 독식해 논란이 됐는데요. 유저 간 문제에 게임사가 개입, 유저의 계정을 정지시킨 게 화근이 됐습니다. A씨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N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당시 NC는 자사 운영정책을 근거로 아이템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N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은 억대의 가치가 있는 재화를 운영사의 재량으로 증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콘텐츠, 언제든 사라진다
사실 이런 논란은 2020년대 들어 계속되어 왔습니다. 구글도 ‘스태디아’를 통해 게임을 판매했지만 2023년 서비스를 종료했는데요. 당시 구글은 모든 게임과 DLC를 환불해야만 했습니다. 스팀은 최근 플랫폼에 등록된 게임의 ‘소유권’이 아니라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약관을 수정했죠. ‘더 크루’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상술한 논란들은 게임의 형태가 변하고, 게임 내 계정과 아이템의 가치를 현물화할 수 있게 되면서 게임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게임의 경우 실제로 내 재화로 샀고, 아이템도 재화로서의 기능을 한다면 그 소유권에 대한 정의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게임과 게임 내 아이템은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즉 무형 자산이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운영사의 방침에 따라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실정이죠. 그 안에 담긴 물적 가치와 구매를 위해 소비한 비용마저도요.
엄밀히 말해 더 크루 서비스 중지와 리니지 아이템 사건은 차이가 있습니다. 더 크루는 실제로 돈을 주고 구매한 게임이고 리니지는 아이템의 소유권 문제였으니까요. 중요한 건 ‘내가 취득한 건데 내 것이 아닌’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즉 소유권이 불명확한 것이죠. 스팀의 운영방침 변경도 향후 유사한 분쟁이 생겼을 때를 염두한 것이고요. 그러나 이용자의 소유권에 대한 인식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소유권 인식 개선돼야
현대는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도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게임과 아이템, 계정은 더 이상 ‘게임을 즐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재산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죠. 소비와 투자의 영역으로 진입한 셈입니다. 이들에 대한 영속적인 사용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여러 게임사들의 주장처럼 ‘구매’가 아닌 ‘임대’의 형식이라면, 그 임대 권한이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지, 소비자의 소유권은 어떻게 정의되는지도 다시 살펴봐야겠죠. 나아가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영화, 웹툰 등의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온라인의 영역으로 넘어갈 텐데, 논의는 빠를수록 좋을 것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