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반덤핑관세’에 후판 가격 인상까지…철강 ‘반색’

철강업계, 후판 가격 80만원 대로 인상
중국산 철강, 반덤핑 관세로 95만원 대
'1분기 부진' 철강업계 "실적 개선될 것"

입력 : 2025-04-28 오후 2:29:0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포스코가 국내 조선소와의 후판가 협상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24일부터 중국산 철강재에 최대 3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후판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1분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철강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조선용 후판 제품. (사진=뉴시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의 2분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쳤습니다. 구체적인 협상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80만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제철도 1~2분기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대비 인상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쓰입니다. 특히 선박 건조 비용의 20~30%가량을 후판이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자재입니다. 그럼에도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유입 탓입니다. 그동안 중국산 후판 가격은 70만원 중반대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니 수입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후판의 연간 수입량은 138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이에 2023년 상반기 약 100만원 수준이었던 국산 후판 가격은 지난해 4분기 70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중국산보단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올해부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가격 협상력도 강화된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27.91~38.02%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해당 조치는 지난 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관세 부과로 75만원인 중국산 후판 가격이 95만원이 되는 등 국내 후판이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후판 가격 상승으로 국내 철강업계 내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는 분석입니다. 철강업계가 1분기 고전한 배경에는 후판 가격 하락 역시 한몫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후판 부문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서 후판 부문에 실적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이번 후판 가격 인상은 매출에 충분히 도움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반면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을 줄여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습니다. 반덤핑 관세 부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보세구역을 활용하거나 중국 현지에서의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로 가격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며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K조선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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