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입력 : 2025-05-09 오후 3:06:40
 
“RE100이 뭐죠?”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 TV토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드러낸 무지는 역설적으로 전국민에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무식해서 용감했던 윤씨 덕분(?)에 한국은 ‘뉴노멀’로 자리잡은 RE100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으로 삽질했고, 기업은 3년 동안 발만 동동 구른 채 보내야 했다.
 
업계로서는 답답할 만도 하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지원이 필수인데, 윤석열 정부는 팔짱만 끼고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RE100 가입 기업의 해외 사업장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00%에 가까운데 반해 국내 사업장 전환율이 현저히 낮은 점은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알려져 있듯 RE100은 단순하게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은 공급사에 오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무늬만 자발이고 따르지 않으면 반도체·전자 등 국내 주력 수출 기업들의 수출길에 제약이 생기는 반강제적 기준이다. 최근에는 석탄과 바이오매스를 함께 사용하는 석탄 혼소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준 역시 깐깐해진 상태다.
 
RE100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국제회계기준 기후 관련 공시제도(IFRS S2) 등 국제 이니셔티브와 규제는 기업들에 점점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구하기도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기업들은 해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외 공장을 통해 RE100 기준을 가까스로 맞추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될 때, 국내 산업의 공동화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역주행의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8월 미국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한국 경제, 재생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에서 소외될 위험에 처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9.64%)이 글로벌 평균(30.25%)에 크게 뒤처져 있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제주도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발전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저자인 김채원 IEEFA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반도체 클러스터 및 AI 데이터센터의 늘어나는 전력을 구실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을 고수하고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선언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3’ 공약을 신속히 이행해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일찌감치 대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거듭 천명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재생에너지 전환. 새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정책으로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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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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