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돈풀기 경쟁'…재원대책은 '빈칸'

나라곳간 비었는데…재정 감당할 수 있나

입력 : 2025-05-09 오후 6:08:56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농촌 기본소득'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65세 이상 버스 무료탑승제'까지. 6·3 대선을 앞두고 '돈 풀기 공약'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제대로 된 세수 추계도,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 언급도 없는데요. 한국의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04조8000억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런 선심 정책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증세 없는 공약, 재원은 '깜깜이'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증세보다는 재정 효율화와 경제 성장에 중점을 두는 입장입니다. "국가 재정도 어렵지만 개별 기업이나 우리 국민도 다 어렵다"는 건데요. 
 
'감세 우클릭'을 이어가면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계획은 지난 2022년 대선 때보다 후퇴한 모습입니다. 당시엔 자신의 시그니처 정책인 '기본소득' 재원을 국토보유세·탄소세 등을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24일 <삼프로TV>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토보유세 문제는 무리했던 것 같다"며 "반발만 받고 표는 떨어지고 도움이 안 됐다"며 한발 물러났습니다. 
 
그는 반발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 예산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택한 걸로 보입니다. 대상을 '전 국민'에서 '농어촌 주민'으로 줄인 '농어촌 기본소득'을 꺼내든 건데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재량권을 늘려 인구소멸 지역 주민에게 지역화폐로 월 15만~20만원씩 지급해 인구 감소를 막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구상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와 어가의 인구는 각각 200만4000명, 8만4000명(2024년 기준)입니다. 이 후보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현실화하면 연간 최대 5조1120억원을 지역화폐로 발행해야 합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대상을 좁혀도 지급 대상은 116만5000명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수 추계,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선 언급이 없습니다. 최근 발표한 '아동수당 대상 확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 때 "아동수당을 확대해 자녀 1인당 20만원을 지급하고, 18세까지 월 10만원씩 펀드 계좌로 지급하겠다"고 했는데요. 
 
해당 발언은 이번 대선에서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18세 미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겠습니다"로 바뀌었습니다. '단계적'이란 단어를 넣었고, 구체적인 인상액은 제외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하지만 돈이 들지 않는 건 아닙니다. 현행 10만원의 아동수당을 18세 미만까지 주더라도 연 8조3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민주당은 아동수당을 2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급 범위를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전제하에 수당을 월 2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2029년까지 5년간 71조7000억원이 필요합니다. 지금(11조6000억원)보다 약 60조원, 연평균 12조원가량이 더 드는 셈입니다. 
 
이 후보는 또 근로소득세 기본 공제를 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고, 코로나19 시기에 늘어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탕감 대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근로소득공제를 200만 원으로 높이면 연 5조원의 세수가 감소합니다. 지난 코로나19 때 늘어난 자영업 대출은 132조원에 달합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재원조달·세수감소 대응 방안 '전무' 
 
나라 곳간을 외면한 공약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근로소득공제를 3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감세 공약을 내놨고, 65세 이상의 무임승차 혜택 대상을 지하철에서 버스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40년 이상 무임승차를 제공해 온 지하철이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버스까지 무임승차를 확대하면 정부 재정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지난해 18조9222억원까지 쌓였습니다.
 
버스는 지하철보다 전국적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시 버스는 잦은 요금 동결과 인건비·연료비 상승으로 1조원 가까운 대출금이 누적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65세 이상 인구는 2072년 1727만명까지 증가하며 인구의 47.7%까지 치솟을 예정입니다. 50여년 뒤면 인구의 절반가량이 요금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는 셈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막대한 돈이 쓰이는 정책에 대한 재원마련 방안도, 세수 감소 대응 방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2023년 56조4000억원·2024년 30조8000억)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올해도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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