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통업계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경제 정상화가 기대되는 만큼, 업황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다만 내수 인적 기반의 유통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 또한 만만치 않아 드라마틱 한 분위기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키워드로 소비 진작, 관세 대응, 빗장 철폐를 제시했습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유통업의 냉각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경기 활성화를 통한 소비 진작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일단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면서 소비 심리가 진작될 수 있는 토대는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입니다. 2일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전월인 4월(93.8)보다 8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지난 2020년 10월 12.3포인트 이후 최대 폭의 상승입니다.
소비자 경제심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이 지수는 100보다 많으면 낙관적이고, 100 선에 못 미치면 반대를 의미하는데요. 사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까지 100.7로 100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12월 비상 계엄으로 12.5포인트 급락한 88.2를 기록했고 이후 계속 100 선을 밑돈 바 있습니다. 계엄 사태 이후 반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소비심리는 극도의 위축 흐름을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소비심리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라며 "다만 이 정도 수준에서 그쳐선 안 되고 전반적인 소비 진작이 이뤄져야 유통 업황 전반의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작년 말 계엄 사태 이후 경제적으로 마이너스 효과가 상당히 누적됐기에 이를 극복해 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 대형 유통사 관계자도 "계엄 사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우리 같은 유통 업체들의 어려움은 상당히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일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여기에 정부가 소비심리를 옥죄지 않도록 거시적 측면에서 물가 관리를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진출 위한 협상력 절실…낡은 규제는 손질도 필요
내수 부진 장기화, 인구 감소 등 문제가 얽힘에 따라, 유통업계 입장에서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추세인데요. 특히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나날이 강화하면서, 모처럼 호기를 맞이한 식품 및 뷰티 업체들은 새 정부의 측면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반년 가까이 무정부 상태가 됐는데, 이 기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며 관세 폭탄에 대한 압박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업계가 공격적인 현지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미국과의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해 관세 리스크가 낮아지기를 고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뷰티기업 관계자는 "관세도 관세지만 올 들어 눈에 띄게 불안정한 환율 문제는 사실상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원가 절감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사실 환율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은 정부뿐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환율 진폭이 한결 작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요. 특히 이커머스 시장의 경우 최근 수년간 초저가 공세로 국내 업계를 강타한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폭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에 대해 '경제 안보' 시각에서 접근하고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야 엄밀히 소비자들의 선택의 영역이니 이를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국내 기업들과 C커머스 플랫폼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사실상 국내 법안이 C커머스를 규제할 수 없다 보니 토종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 부분에 대한 빠른 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C커머스의 영향력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새 정부가 C커머스를 대하는 기본 자세를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시장의 완전 개방, 제한적 개방 등에 대한 유불리를 면밀히 따지고 이로 인해 유통 업황 전반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제언했습니다.
대형마트의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를 옥죄는 빗장이 철폐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법 개정이 지난 2012년의 일인데, 이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는 유통업 전체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채널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존폐 위기를 걱정할 만큼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대대적 시도는 힘들어도 적어도 현시점에 맞는 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 전반의 성장이 멈추는 기미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본다. 특히 유통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들이 최근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통 산업은 경화 상태에 놓여있다"며 "유통업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매우 높은 산업임은 물론, 상당한 고용률을 책임지는 중책도 맡고 있다는 점을 새 정부가 감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유통 매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