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가 지난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윤석열씨가 저지른 '12·3 내란'을 막아낸 국민이 선택한 이재명정부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내란 청산입니다. 특히 내란 청산 과정에서 꼭 빼놓지 말아야 할 일은 다시는, 누구도,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국민 열망을 잘 아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사를 통해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며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윤씨가 내란을 꿈꿀 수 있었던 건 육사 출신 퇴역 장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그가 진급과 보직을 미끼로 유인한 몇몇 육사 출신 장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 민주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육사 출신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내란 재발 방지책의 핵심은 군대를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조직으로 확실하게 개혁하는 것입니다. 민주공화국 군대의 기본은 문민 통제입니다. 문민 통제의 출발점은 '국방부 장관≒육사 출신 장군'이라는 공식을 깨는 데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이 맡아야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고, 대선 공약에도 국방부 장관 문민화를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 여러 건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문민 국방부 장관의 조건으로 군을 잘 아는 전문가 또는 정치인, 퇴역 또는 전역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군인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객관적 시각으로 군을 평가해 효율적인 조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군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경영 마인드를 갖춘 국방부 장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박성진 안보22대표는 10일 "6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군대를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선 경영인 출신 장관이 나올 때가 됐다"며 "전문 경영인 출신 국방부 장관은 예비역 단체 등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 조직의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국방 운영도 경제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부터 시작된 장·차관 국민 추전에서 이런 인사들이 추천돼야 하고 인사권자도 이런 인사를 선택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새벽 불법 계엄에 동원된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민 국방부 장관 제도화와 함께 군 문민 통제 보조 수단으로 국방 옴브즈맨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5일 내란 청산을 위한 5대 과제 중 하나로 국방 옴부즈맨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국회에 군을 감시하는 차관급 옴부즈맨(국방감독관)을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군인권센터는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구조를 갖추지 않는다면 군은 언제든 국민의 군대가 아닌 권력자의 군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12·3 내란의 핵심 교훈"이라며 "국회가 행정부에 속한 군을 통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공약인 각 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도 군 문민 통제 방안으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가 군의 주요 직위자에 대해 자질과 능력을 검증함으로써 문민 통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군 인사에 정통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각 군 총장 인사청문회와 함께 주요 직위자에 대한 임기 보장과 보직 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의 정치적 중립과 임기 시작과 동시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육사 등 엘리트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개혁도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쿠데타의 산실'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육사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미래 군을 이끌 장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생도들을 헌법과 국민을 수호하는 군복 입은 민주 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군인권센터는 "육사를 해체하고 새로운 장교 양성기관을 만들어 민주공화국에 걸맞은 장교 양성 과정을 개발·적용하고, 각 군의 합동 작전 수행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전에 걸맞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라며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하고 민주적 통제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한편 민간인 교수 비율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