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전 세계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메모리 업체 3위인 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을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엔비디아 제1공급사의 주도권을 쥔 마이크론은,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하며 양사를 맹추격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차세대 메모리 모듈 소캠 제품 이미지. (사진=마이크론)
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사 마이크론은 지난해부터 엔비디아로부터 소캠 개발을 의뢰받은 뒤, 최근 제품 양산을 가장 먼저 시작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주최의 AI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마이크론은 “소캠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소캠은 내년에 출시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소캠 개발을 완료하고 샘플을 제공한 상태지만, 아직 납품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캠은 ‘저전력더블데이털이트(LPDDR)’ 기반의 모듈입니다. 높은 전력효율성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입니다. 그래서 HBM에 이어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제2의 HBM’이란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HBM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제품이라면, 소캠은 여러 개의 LP DDR5X를 16단으로 쌓아 구리선으로 4개씩 묶은 모듈 형식입니다. 다만, HBM은 AI 가속기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지원하는 D램이며 소캠은 중앙처리장치(CPU)에 따라붙는 D램입니다. 따라서 HBM과 소캠의 용도가 달라 AI칩에 함께 장착됩니다.
구리는 열전도율이 높기 때문에 D램의 발열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경쟁력입니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저전력 D램의 전력 효율이 경쟁사보다 20% 높다고 홍보해왔습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해 저발열 기술을 확보한 것입니다.
소캠은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개인용 슈퍼컴퓨터 ‘디지츠’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개인용 슈퍼컴퓨터가 대중화되면 소캠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메모리 3사가 높은 시장성을 보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만년 3위인 마이크론이 가장 빨리 공급을 시작하고 선두에 위치한 모습입니다.
마이크론의 6세대 HBM인 HBM4 제품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건 소캠만이 아닙니다. 마이크론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저전력 기술력을 기반으로 6세대 HBM인 HBM4의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HBM이 AI 가속기를 지원하는 만큼, 고객사 중 엔비디아가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마이크론보다 빨리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을 두고 ‘퀄테스트(품질 인증)’ 문턱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마이크론이 미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치고 올라오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의 위기이며 특히 1위인 삼성에 어려운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