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본사. (사진=동아에스티)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동아에스티(170900)가 거버넌스 개선에 고삐를 죕니다.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겨 독립성을 보장한 지배구조가 단적인 예입니다. 최근에는 배당 예측 가능성도 제공해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더했습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개 기업을 포함한 14개 주요 제약사는 지난 2일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작성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주주와 이해 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고, 기업별 특성과 여건에 맞춘 최적의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24조에 따라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기업은 의무 공시 대상에 포함됩니다.
핵심 지표는 전자투표 실시,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 마련 및 운영 여부 등 15개입니다. 이 중에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담당 여부도 포함됩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제약기업 가운데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곳은 동아에스티가 유일합니다.
동아에스티 이사회는 △정재훈 대표이사 사장 △박재홍 사장 △이대우 경영기획관리실장 등 사내이사 3인과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김학준 행정사법인 화조 대표, 장병원 법무법인 화우 고문, 김동철 법무법인 현 대표변호사 등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됩니다. 이사회 의장은 장병원 사외이사입니다.
통상 제약업계에선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가 이사회 의장을 맡습니다. 동아에스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해는 지난 2017년입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사회가 경영진, 지배주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성을 유지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가 과반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동아에스티 이사회는 남성으로만 꾸려져 성별 다양성은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난 2022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165조에 따르면 최급 사업연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기업 이사회는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습니다. 동아에스티 자산총액은 1조3347억원으로 이 법에 해당하진 않습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경영 환경과 제약산업의 특성을 두루 이해하고 있는 전문성 있는 이사 후보를 선임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성별을 국한하지 않고 후보 개인의 역량에 집중해 이사회를 구성했다"면서 "이사 후보군 발굴과 후보의 검증·추천 과정에서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고 검토하고 있으며 다양성 존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아에스티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핵심 지표는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입니다. 합격점을 받은 제약기업은 동아에스티와
한독(002390)뿐입니다.
이 지표는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사업보고서에 추가하기로 결정할 만큼 강조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배당 규모 등을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죠.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주주환원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23년 3월 제1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일부를 개정해 올해 처음 주주들에게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