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45진 장병들이 파병 전인 지난 3월7일 경남 거제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한국으로 향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란 의회가 미국의 핵시설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로 의결하면서 입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란 해군은 전멸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한국 해군의 유일한 해외 파병부대 청해부대에 관심이 쏠립니다. 유사시 한국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전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2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청해부대는 현재 정상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부대방호태세는 이전부터 강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작전구역으로 임무를 수행 중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4400t급 한국형구축함(DDH-Ⅱ)과 해상작전헬기,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장병을 포함한 병력 300여명 등으로 구성된 청해부대는 아덴만과 페르시아만 인근을 작전구역으로 한국 국민과 선박의 보호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청해부대 45진 문무대왕함은 오만 살랄라항에서 군수품 보급을 받고 있습니다. 합참은 이날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의 움직임 등 상황을 점검 회의를 하며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무대왕함은 군수품 보급을 마치는 데로 임무 수행에 나설 예정입니다. 문무대왕함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무스카트항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선박 다수가 운항 중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인근을 항해 중인 한국 선박이 31척인 것으로 파악하고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다만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이동한다 해도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돌입을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평균 폭이 50㎞인 호르무즈 해협에는 대규모 이란 해군 전력이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해부대의 군사행동은 이란 해군과의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군 지휘부도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해 청해부대의 현지 운용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한국 선박 이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나포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청해부대의 섣부른 군사작전을 우려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란이 봉쇄하겠다는 곳은 이란 영해이고, 민간 선박은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으로 다니는 것"이라며 "이란이 수차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했지만 실제로 전면 봉쇄까지 간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대표는 "검문 강화 등을 통해 민간 선박의 통행 지연을 시키는 것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전면 봉쇄까지는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란 영해나 인근에 외국 군함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군사적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임무는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