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 직격탄…기업대출 못하는 인뱅 속수무책

입력 : 2025-07-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인뱅이 취급하는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이 90%를 넘기는 데다 기업대출 등 대체 수단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과 비이자수익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중은행과의 경쟁 구도, 영업 규제는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계대출 비중 90% 이상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기업대출 규모를 갖춘 시중은행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뱅 3사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됩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대대적인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분을 연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는 금융소비자의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인뱅들 역시 금융위 정책에 따라 하반기 가계대출 공급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시행으로 금융권 가계대출 연간 증가분이 연초 목표치 대비 20조원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규제는 시중은행보다 인뱅에 더 치명적입니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대체로 5대5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여신 원화대출금 367조55억원 중 기업자금 180조7202억원, 가계자금 179조0921억원입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구성된 가계대출 부문이 정부 규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겠지만, 기업대출 부문에서 이자이익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인뱅들은 대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가계대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323410)의 원화대출금 44조2700억원 가운데 가계자금이 42조200억원으로 95%에 달합니다.
 
케이뱅크는 원화대출금 16조940억원 중 가계자금이 15조6300억원으로 92%에 이르고, 토스뱅크 역시 원화대출금 14조8000억원 중 가계자금이 13조4000억원으로 90%를 넘습니다.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 토스뱅크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인뱅은 디지털 기반 영업모델 특성상 개인 고객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는데요. 개인사업자 대출은 걸음마 수준이고 중소기업대출은 시작도 못한 상태입니다.
 
기업금융에 필요한 인력, 심사 시스템, 리스크관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량 감축은 인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뱅의 신용대출과 전세대출은 규제 타깃에 속하는 만큼 추가 여신 여력이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괄적 규제 개선 필요"
 
주담대를 운용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카카오뱅크(323410)와 케이뱅크의 이자수익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2021년만 해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는 9조원, 케이뱅크는 1조원 수준이었는데요. 이들의 주담대는 각각 25조원, 9조원으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1월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영업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한 자리에서 케이뱅크의 영업 실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뱅들도 개인사업자 대출, 신사업 확대 등으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뱅 3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하반기 대출 공급 계획을 수정하고 있는데요. 일부 은행은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소액 기업대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신용보증 재단 보증서 기반의 '사장님 보증서대출' △신용 기반의 '사장님 신용대출' △담보 기반의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등 개인사업자 여신 상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도 개인사업자 담보대출, 1억원 초과 신용대출 등을 하반기 선보이며 상품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은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가 가진 부동산 담보 물건에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인데요. 카카오뱅크는 2030년까지 전체 여신 중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을 18%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이 시중은행 등의 참전으로 포화상태로 들어간 만큼 리스크 관리가 관건입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직장인보다 신용평가가 까다롭고 담보 대출 대비 손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우량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한 인뱅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대응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을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대출 규모를 늘리기 망설여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인뱅 입장에서는 신사업 확대도 고민거리입니다. 보험, 펀드 등 플랫폼 기반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수익 기여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인뱅에 대해 단계적으로 기업금융 진출을 허용하거나, 현행 가계대출 규제의 세부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인뱅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의 목적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인뱅처럼 가계대출 비중이 절대적인 구조에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출범 초기 단계인 인뱅이 단기 규제에 막혀 성장 기회를 잃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정책 방향이 논의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가계대출 비중이 90%가 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 화면의 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서비스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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