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대출 규제 잘하셨다" 대통령 칭찬이 께름칙한 이유

입력 : 2025-07-14 오후 1:18:14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4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에서 듣다, 충청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6.27 부동산대책' 중 대출 규제를 발표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치켜세우며 "잘하셨다"고 칭찬했습니다. 
 
당시 '자영업자 지원 강화'를 요청하는 한 시민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권 사무처장이 마이크를 잡자 "이분이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다"라고 치하한 것입니다.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제 부처 조직개편에 따라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위원회가 대통령 눈에 들어오는 부동산 대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아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에서 듣다,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분이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다"라고 권 사무처장을 칭찬했다. (사진=뉴시스)
 
당국 내부에서는 대통령 칭찬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지금 현재 금융당국 고위 관료들은 문재인정부에서도 주무 부처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설계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정부뿐만 아니라 박근혜정부, 윤석열정부에서도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택금융 대출 규제는 대출 규제 수단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학습한 바 있습니다. 
 
6.27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금융위에서 나온 대책으로, 대통령실 대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난제 중 하나인 부동산 대책에 대통령실이 한 발짝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었는데요. 대책 발표 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력 규제'라는 평가를 받자 대통령실은 "부처의 현안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금융위원회를 치켜세우며 칭찬을 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칭찬이 여전히 '금융위원회가 만든 대책'이라고 선을 긋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당국에서는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된지는 아직까지 보름가량 지났습니다. 석 달 정도 지나 이사철이 되면 본격적인 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부동산대책의 실패가 확인될 경우에는 금융당국에 오히려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존폐 위기를 앞둔 만큼 대통령 평가나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부문을 기획재정부와 통합해 '재정경제부'로 바꾸는 등 부처 조직개편 안을 준비 중입니다. 사실상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내 소비자 보호 조직을 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구조의 금융당국이 개편되는 것입니다. 
 
현재 6.27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둔화하고 있다는 등 '낙관적'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책 혼란과 불확실성 탓에 단기간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생애최초, 신혼부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대출 한도까지 틀어막으면서 젊은 층 내집 마련 수요가 어디로 튈지 알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재명정부의 1기 경제팀이 진용을 갖춰가고 있지만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인선만은 지연되고 있는데요.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새 정부와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고 차관급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인 상황입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금융 관료들이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이 최종 결재한 금융정책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대책'이라고 여러 번 못 박아두는 것이 것이 께름칙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튀어나올 경우 금융위 대책이었다고 칭찬을 받을지, 책임을 물을지 불안할 따름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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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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