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내란 특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지시 전달 체계가 확보된 만큼 이 전 장관에 대한 체포·기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를 위해 특검은 단전·단수 지시가 실제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이상민 전 장관의 행위가 권한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내란 및 외환 혐의로 윤석열씨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 장관이 지난 2월4일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내란 특검은 지난 17일 이상민 전 장관의 자택과 행안부 사무실,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어 18일엔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 22일엔 이영팔 소방청 차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고, 23일엔 허석곤 소방청장을 소환했습니다. 특검은 오는 25일 이상민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관련 진술을 확인할 예정입니다.
이번 수사는 윤씨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이상민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에 대한 전기·수도 차단을 지시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습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윤씨는 그날 밤 "밤 12시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업체)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담긴 지시서를 이상민 장관에게 보여줬습니다.
윤씨 지시서를 본 이 장관은 같은 날 밤 11시34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치 상황을 확인한 데 이어, 3분 뒤 허 청장에게도 전화했습니다. 그러면서 허 청장에게 "밤 12시쯤 위 언론사들에 경찰이 투입될 예정이니,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조치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지시는 이영팔 차장을 거쳐 황기석 전 본부장에게도 전달됐습니다. 당시 이 차장과 허 청장은 황 본부장에게 전화해 경찰청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해줄 것을 반복적으로 당부한 사실이 조사에서 확인된 겁니다.
이로써 특검은 윤석열→이상민→허석곤→이영팔→황기석으로 이어지는 단전·단수 지시 전달 체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올해 2월 윤씨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 당시 해당 문건을 본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점은 부인했습니다. 특검은 지시의 전달 경로와 문서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해당 행위가 위법한 지시였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은 이상민 전 장관이 소방청에 실제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을 지시했는지 여부, 그 시점과 전달 경로, 구체적 표현 등을 정밀하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 전 장관이 실제로 지시했는지가 아니라, 그 지시가 권한을 벗어나 부당한 것이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실제로 단전·단수가 집행되지 않았더라도 부당한 지시 그 자체만으로 권한 남용이 인정되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법리 해석입니다. 앞서 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이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단전·단수 시도는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직권남용에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당시 공수처는 허석곤 청장, 이영팔 차장, 황기석 전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이상민 전 장관에 대한 조사는 하지 못했습니다. 수사 실익 판단에 어려움을 겪은 공수처는 올해 2월 사건을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4월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뒤 특검 출범 이후 사건을 이첩했습니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이 권한을 이용해 다른 기관이나 공무원에게 원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시키거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을 때 적용됩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외 다른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장관이 허 청장과의 통화에서 '경찰 투입'을 언급한 점을 고려해 서울경찰청 압수수색도 병행했던 겁니다.
이 전 장관은 '지시'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특검 수사는 지시 문건의 실체, 전달 경로, 위법성 판단 여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공방 국면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