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에식스솔루션즈, 국내 IPO로 전환…나스닥 꿈 접은 이유는

상장 이후 관리와 FI 엑시트 고려해 한국 선택
상법 개정 부담 정면 돌파…"몸값 떨어질 수도"

입력 : 2025-07-2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4일 16: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LS(006260)그룹이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연초만 해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향후 계열사 관리에 대한 부담과 상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종적으로 국내 상장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그룹은 오는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거래소와 물밑 소통을 이어가며 심사 청구 전 사전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통상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나스닥 상장을 선호한다. 에식스솔루션즈도 미국에 적을 둔 만큼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나스닥의 경우 상장 요건은 까다롭지 않지만, 상장 이후 공시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회계감사 등에 대한 유지비도 막대하다. 특히 ESG·리스크관리·이사회 구성 등에 대한 기준도 충족해야 하는데, LS그룹은 상장을 서두르기 위해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에식스솔루션즈의 경우 올해 초 나스닥 상장을 접고 국내 상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LS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건인 만큼 향후 계열사 관리나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를 고려해 국내 상장을 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LS그룹)
  
상법 개정 여파에도 도전…"투자 필요한 골든타임"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전선 계열사 인수법인으로, LS그룹의 증손자회사다. LS(006260)가 LS아이앤디의 지분 95.09%를 보유하고 있으며, LS아이앤디는 슈페리어에식스(SEI)의 지분을 100% 보유, SEI가 에식스솔루션즈를 지배하는 구조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모회사인 미국 법인 CYPRUS인베스트먼트를 자회사인 SEI에 흡수합병하며 소멸시키고 지배구조를 한 단계 단순화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의 인수 전까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었던 기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권선 분야 1위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바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2008년 이전엔 미국 나스닥 상장사였으나, LS가 인수하면서 상장폐지됐다.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된 것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키웠다. 주력 제품은 변압기나 모터 등 전자장치에 감는 특수 권선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미국 내 노후 변압기 교체 수요가 급증, 특수 권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업가치도 국내 상장보다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컸다. 특히 권선 시장의 특성상 진입 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높아 나스닥 상장 시 4조원 이상의 몸값이 충분히 책정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LS가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불안감에도 국내 상장에 나선 것은 중복상장 이슈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당초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전선 계열사를 인수한 법인일 뿐만 아니라, LS와의 사업 영역도 겹치지 않는다는 평가다. LS전선은 인프라·통신에 집중하는 반면 에식스솔루션즈는 마그넷 와이어 중심으로 특수 권선에 대한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명노현 LS 부회장이 올해 2월 에식스솔루션즈를 비롯한 계열사 중복 상장 논란에 대해 “모기업 가치를 희석하는 게 아니라 모회사와 자회사의 전략적 성장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공개”라고 밝힌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명 부회장은 당시 “전력 업계는 전기차, 데이터센터, AI 산업 발달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두고 제기된 비판과 관련해 “투자가 많이 필요한 골든타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LS 측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상장을 택한 이유와 관련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 권선 분야 1위 기업으로 키워 국내에 재상장시킴으로써 국부 유출을 막는 한편, 국내 투자자에 세계 권선 시장 1위 기업에 투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 정부의 코스피 5000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상장으로 몸값 낮아질 우려도
 
에식스솔루션즈는 2023년 약 1억2900만달러(약 1900억원) 매출을 달성한 가운데 최근 4년간 북미와 유럽에서 각각 11%와 8%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록했다. LS그룹은 추가적인 설비 확장을 통해 에식스솔루션즈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3년 5100만달러에서 올해 1억6500만달러, 2028년에는 2억4800만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2030년까지 약 3억달러(약 4350억원)의 EBITDA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북미 19%, 유럽 28% 수준으로, 앞으로 5년 내 북미 시장 전기차 권선 점유율을 70%, 유럽은 50% 이상으로 끌어올려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 2월 프리IPO 단계에서 미래에셋-KCGI 컨소시엄으로부터 2억달러(약 2900억원)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1조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업계에선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가치를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최근 보수적인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3조원대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PO 몸값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후보군으로는 대한전선(001440), LS전선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세계 1위 전선 기업인 프리즈미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LS전선의 EV/EBITDA 멀티플은 약 20배 수준으로, 이를 고려하면 기업가치 4조원대를 넘길 수 있다. 다만 프리즈미안의 작년 EV/EBITDA 멀티플이 약 13배라는 점을 고려해 10배 안팎의 보수적인 멀티플이 책정될 시엔 2조원대의 몸값이 측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오는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037620)과 한국투자증권으로, 회사는 IPO를 통해 약 4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시장에서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모가 할인율을 높이는 등 보수적인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추세”라면서도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해 높은 밸류가 산정되더라도 실적 상승에 따라 장기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은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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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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