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정부가 잇따르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다각도의 제재 방안 논의에 들어가는 등 사실상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재계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고강도의 경제 제재 추진을 지시하고, 여당이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하는 등 당정의 고강도 드라이브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재계는 산재 해결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강력한 처벌 등 규제 일변도로 인한 경영 활동 위축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선 결국 해결책이 ‘예방’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기업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잇따르고 있는 산재와 관련해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재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데, 저 역시 이 법이 실효적인가 하는 의문이 있긴 하다”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는 데다가, 실제 이익은 회장이 보는데 책임은 사장이 지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똑같은 사망사고가 상습적·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것을 검토해봐도 좋을 것”이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서는 “상당 기간 산재가 줄어들지 않으면 진짜 직을 걸라”고 주문하며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본인이 ‘산재 노동자’ 출신임을 강조한 바 있는 이 대통령은 그동안 산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사고 때마다 기업을 강한 어조로 질책하는 등 근절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전날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산재 사망사고를 언급하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며 질타하고 사고 현장 방문을 예고했습니다. 또한 지난 25일에는 산재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제빵공장을 직접 찾아 SPC 경영진을 상대로 취약한 현장 안전 문제를 강하게 따져 묻는가 하면, 지난 14일 노동자가 추락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관련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산재 근절 의지에 여당도 힘 보태기에 나선 상황입니다. 여당은 전날 산재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산업 현장의 제도 개선과 입법 과제 추진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가뜩이나 상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 등 현안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산재 근절에 따른 고강도 규제 강화로 기업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조심하고 시스템적으로 개선을 하더라도 사고가 나는 불가피한 면도 있는데, 기업이 ‘악마화’되는 것이 걱정”이라며 “기업들도 꾸준히 사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조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르게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도 안전에 대해 매우 중요시 생각하고 있는데 너무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 아닌가 싶다”며 “각기 다른 사업 형태를 감안해 규제가 아닌 보완 측면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학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재 근절이 안 되는 것과 관련해 이제는 기업들이 예방을 위한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기업들이 경영자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만 강구를 하지, 실질적인 산재 예방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에 맞게 실행되는 것이 우선돼야 하고,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고 산재 예방을 위한 시설·인력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