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갈림길서 만난 최태원·주병기…“기업 경제력 집중 큰 숙제”

재계, 규제 개선 기대에도 ‘온도차’ 감지
주병기 ‘국부론’ 인용 “지금 필요한 지침”
“공평한 기회 보장 사회, 경제 재도약 길”

입력 : 2025-12-18 오후 2:22:01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았습니다. 정부가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세운 가운데, 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공정위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차원에서 마련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재계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주 위원장은 불균형과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주병기 공정위원장(왼쪽)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는 지금 성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경쟁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고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 흐름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 스스로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미래를 향한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도 정부 정책 지원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주 위원장은 저는 경제학자로서 언제나 존경받는 기업인들이 많은 나라가 성장과 번영을 지속한다고 생각해 왔다이제 대한민국도 경영인이 존경받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인용하며 자연적 자유의 체계 안에서 완전한 정의, 완전한 자유, 완전한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간단한 번영의 길이라며 경제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이 황금률과도 같은 통찰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시대적 분기점, 대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지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한해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주 위원장은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누차 견지해왔는데 이날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에둘러 소신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재계는 주 위원장의 첫 방문에 공정거래법상 형벌 개선,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인센티브 확대, 공정거래법·타법 간 중복 공시 해소, 대규모유통업법상 온·오프라인 차등 규제 해소 등 공정거래 현안을 건의하며 공감대 마련에 기대를 걸었지만, 주 위원장이 불균형과 불평등 해소를 강조하며 입장 차만 감지됐습니다.
 
주 위원장은 우리 경제는 이제 선진국 수준의 발전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부문 간 격차,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비효율적으로 비대해진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경제주체 간의 협상력 불균형, 사회 양극화라는 것이 큰 숙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공정한 거래관계 속에서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고 혁신과 성장을 거듭하고 영세한 소상공인, 창업가들도 공정한 보상, 공평한 기회를 누림으로써 모두가 행복을 추구할 자유,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이것이 한국 경제의 총체적 역량을 키우는 길이고 경제 재도약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그 총체적 역량의 최상위에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경영자들의 역할이 있다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 길을 개척하는 존경받는 경영인으로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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