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AI·반도체 투자 메가딜…공급망 재편 가속화”

무역·투자 질서…“디커플링 넘어 전면 재편”
지정학적 환경 고려한 운영 전략 전환 필요
관세·환경 규제 등 제조업 복합 부담 전망

입력 : 2025-12-17 오후 2:03:4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글로벌 통상 질서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30년 만에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진단과 함께 향후 한국 기업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에서 이계인 국제통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를 열고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의 통상 환경을 진단하고 내년도 통상 질서 변화에 대한 기업 대응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이계인 국제통상위원장(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우태희 효성중공업 대표이사, 양서진 SK하이닉스 부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엄재동 대한항공 부사장, 조영석 CJ 부사장, 두산 이상목 부사장, 고윤주 LG 전무, 김경일 한화 전무, 이덕희 HD현대 상무 등 주요 기업 대표와 임원이 참석했습니다. 정부 측에서는 지민정 산업통상자원부 다자통상협력과장이 함께 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올해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컸던 한 해로 평가하면서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주요 리스크에 안정적으로 대응해왔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관세 합의 공식화로 통상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철강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 부담과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은 미국 정책 변화와 공급망 안보 이슈가 본격화되는 통상 질서가 중요한 전환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며 기업이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정민 맥킨지앤드컴퍼니 글로벌 연구소장은 30년간 이어져온 글로벌 무역·투자 질서가 단순한 디커플링이 아니라 전면 재편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AI·반도체·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 투자 메가딜이 생산 거점과 공급망을 다시 구성하고 있다미국이 한국·대만의 반도체 투자를 대거 흡수하고,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팬데믹 이후 크게 감소하는 등 공급망 이동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이제 기업 경쟁력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생산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한 운영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전환에 대응 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세·규제·지정학 리스크를 반영한 공급망 재배치, 지역별 매출·조달·생산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 재설계,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한 시나리오 기반 경영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습니다.
 
김수동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내년 구조적 전환기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 단장은 미국의 고율 관세, 비관세 장벽,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철강·화학·배터리·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에 복합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른 기업 대응 과제로는 신흥시장 중심의 시장 다변화, 연구개발(R&D)·지식재산 기반의 기술 경쟁력 강화, CBAM·해외 인증 등 규제 대응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김 단장은 특히 환경 규제 대응은 더 이상 비용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접근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 수준에 따라 향후 수출과 투자 성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기업들은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현장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한 참석 기업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허가 지연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외교적 협의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한 중장기적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기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조달 요건과 현지화 기준이 강화되면서 시장 진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멕시코의 관세 인상 움직임 등 제3국 통상 조치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현재의 통상 환경 변화는 단기간의 변동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어질 구조적 흐름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규제·공급망 전반에서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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