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지분 감소에도…‘계열사 활용’ 지배력 강화

계열사 자본력 활용해 내부 지배력 높여
감시 느슨한 비상장사…지배력 확대 통로
“적은 자본으로 지배체제 공고히 한 것”

입력 : 2026-02-03 오전 10:34:42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총수들이 지난 10년간 개인 지분율을 낮췄지만, 계열사 자본을 활용해 내부 지분을 확대하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개인 지분 확보 대신 계열사 자금을 활용, 우호 지분을 늘려 지배체제를 공고히 한 것입니다. 반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는 오히려 총수들의 직접 지분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서울 도심 마천루 모습. (사진=뉴시스)
 
3일 리더스인덱스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비교가 가능한 31곳의 지분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지난 10년 새 6.1%에서 3.9%2.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총수 일가인 친족의 평균 지분율도 5.3%에서 4.2%1.1%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반면, 계열사의 평균 지분율은 49.4%에서 56.8%7.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일인·친족·비영리법인·임원·자기주식 등을 포함한 내부지분율은 64.3%에서 67.7%3.4%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총수 개인의 직접 지분은 줄었지만 계열사 자금을 활용한 우호 지분 확대로 그룹 전체에 대한 내부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된 셈이라고 짚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또는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그룹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동일인)의 지분율이 19.2%에서 3.0%로 크게 낮아졌지만, 계열사 지분율은 34.9%에서 82.4%로 급등하며 내부 지분율이 30.0%포인트 올랐습니다. 한국앤컴퍼니도 승계 과정에서 유사한 지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한국앤컴퍼니는 2020년 이후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며 조양래 명예회장(동일인)에서 조현범 회장으로 경영권이 사실상 넘어간 가운데 동일인 지분율은 12.0%에서 0.7%11.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18.8%에서 51.9%로 커지며 내부 지분율도 13.6%포인트 늘었습니다.
 
내부 지분 확대는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더 뚜렷했습니다. 비상장사의 내부 지분율은 10년간 평균 7.2%포인트 상승해 상장사(2.7%포인트)의 약 3배에 달했습니다. 두산, 교보생명보험, KCC,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동국제강, 이랜드, 태영, 현대자동차, 태광 등 10개 그룹은 비상장사의 내부 지분율 증가폭이 두 자릿수에 달했습니다.
 
다만, 총수 개인의 전체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에 대해서는 총수 지분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31개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총수 평균 지분율은 20.1%에서 23.0%2.9%포인트 상승했고, 내부 지분율도 7.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태광그룹의 경우 비상장사 티알엔(TRN)에 대한 이호진 전 회장의 지분이 15.1%에서 51.8%까지 36.7%포인트 확대됐습니다. 티알엔은 이 전 회장 일가가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가족 회사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그룹의 핵심 축에 해당합니다. 효성그룹도 고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3세대 경영으로 승계가 일어나면서 ㈜효성에 대한 조현준 회장의 지분이 10.1%에서 41.0%로 30.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리더스인덱스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개인 지분을 확보하기보다 소속회사의 자금력을 동원해 우호 지분을 확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지배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라며 상장사 대비 외부 감시가 느슨한 비상장사를 지배력 확대의 통로로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총수의 직접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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