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분초 다툰 총수들의 ‘APEC 세일즈’

이재용·정의선·젠슨 황 서울서 ‘치킨 회동’
트럼프 연설 ‘불참’ 이재용…숨가쁜 일정
‘글로벌 네트워킹’에 매진 하는 재계 총수

입력 : 2025-10-30 오후 4:40:18
[경주=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 기자] 경주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글로벌 협력 등 빅딜발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재계 총수들은 APEC CEO 서밋 공식 일정 등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각국 정계 인사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 등을 잇따라 만나며 핵심 산업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번째부터),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오후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맏형 격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경주를 떠나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3치킨 회동을 갖습니다. APEC CEO 서밋 개회 첫날부터 경주에서 여러 일정을 소화한 이 회장은 황 CEO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급거 상경하는 셈입니다. 이 회장은 이번 주 서울과 경주 등을 오가며 다양한 미팅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날 개회식에서 자리를 지켰던 이 회장은 촉박한 일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별연설 세션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각으로 예기치 않게 행사 일정이 지연되자 당초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리를 뜬 것입니다. 다소 이례적인 행보지만,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경영을 위해 실속을 챙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회장은 당시 방한 중인 글로벌 CEO와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날 경주 모처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APEC CEO 서밋 기간 방한한 글로벌 CEO와 사업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빈으로 방한한 정상의 일정을 건너 뛸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량감 있는 글로벌 CEO와 굵직한 사업 협력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반면, 이날 저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한 이 회장은 2부 만찬(리셉션) 행사까지 참여한 뒤 행사장을 떠났습니다. 또한 이 회장을 비롯한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은 다음 달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도 예정된 상황입니다. 시 주석과의 만찬 자리에는 쩡위친 CATL 회장, 리판룽 시노켐 회장, 류창둥 징둥닷컴 창업자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오후 경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맷 가먼 아마존 웹서비스(AWS) 회장과 APEC CEO 서밋 부대행사인 ‘K-테크 쇼케이스현장을 둘러보고 퓨처테크포럼 AI’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개회식 전부터 바쁜 행보를 보였습니다.
 
최 회장은 개회식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영접하고 BRT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한 뒤 오는 31일 젠슨 황 CEO와 별도의 미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 회장은 황 CEO와의 미팅과 관련해 기자들에 엔비디아가 한국의 많은 기업과 협력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SK도 새로운 얘기를 조금씩 하게 될 것 같은데 발표를 통해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폐회식 뒤에도 각국 정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간 뒤 시 주석과의 만찬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총수들 글로벌 네트워킹박차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킹을 위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0일 오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서 연단에 올라 기조연설을 한 장 회장은 곧바로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로 향했습니다. 장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오랜 기간 협력을 다져온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접견하고 자원·철강 산업 협력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장 회장과 총리 면담에 앞서 포스코그룹은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원료기업 BHP와 탄소감축 제철공법인 하이렉스’(HyREX)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장 회장도 전날 저녁 BRT에 참석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경주 모처로 이동해 주요 사업 파트너사를 초청한 포스코의 밤행사를 주재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사이먼 트롯 리오틴토 그룹 CEO, 주웨이 CATL ESS 총괄사장 등이 참석했는데, 장 회장은 이들과 폭넓게 교류하며 사업 협력을 모색했습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0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맷 가먼 CEO와 회동을 갖는 등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경주 모처에서 가먼 CEO와 미팅을 가진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 비즈니스 접목을 포함해 다양한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신 회장은 다른 재계 총수들과 함께 BRT에 참석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했습니다.
 
허 회장은 가먼 CEO와 회동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AWS의 클라우드 등을 활용하는 등 AI 전환을 위한 상호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한국 기업의 AI 혁신 방향과 에이전틱 AI 기술의 발전 동향도 소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LG그룹에서는 조주완 LG전자 CEO와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가먼 CEO와 회동하고 다양한 사업 제휴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조 CEO는 그랙 언스트 인텔 최고매출책임자(CRO) 부사장을 비롯한 인텔 고위 경영진과도 만나 데이터센터용 냉난방공조(HVAC) 솔루션 공급 등 납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 대사와 만나 1시간여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만남은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 조선 계열사 5곳데 대한 제재를 발표한 가운데 이뤄진 것으로 통상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논의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APEC CEO 서밋 기간 동안 글로벌 네트워킹을 다지고 BRT 행사에 참석해 한미 협력 방안 논의에 주력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APEC 행사는) 스킨십을 넓히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기회가 된다이러한 상황에서 재계 총수들의 일정 역시 분초를 다퉈가며 진행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주=배덕훈·백아란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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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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