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관심이 집중됐던 미 조선업 투자 방식이 미국 측의 양보로 결론 난 모양새입니다. 미 정부는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1500억달러(약 214조원) 규모 투자금 중 상당액을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에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관세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9일 관세 협상 마무리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마스가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했습니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가운데 조선업에 투입되는 1500억달러는 별도로 구성되며, 이 중 상당 부분을 대출과 보증 형태로 충당할 수 있도록 조정된 것입니다.
이어 김 실장은 “특히 (마스가 투자금이) 선박 금융까지 포함되면서, 외환시장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내 조선사의 수주 경쟁력도 높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선사는 배를 주문할 때, 건조될 선박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조선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미 선사가 마스가 자금을 활용한 선박 금융을 이용할 경우, 국내 조선사가 수주를 따내면 투자금이 국내로 다시 유입돼 외환시장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프로젝트 선정은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지난 7월 1차 관세 협상 당시만 해도 미 행정부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 추천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세부 합의에는 앞서 미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조선업 분야 협력 각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과 일본은 ‘조선업 작업반’을 설치해 구체적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일본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미국이 이를 받아들여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조선 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 연설에서 “한국은 조선업의 대가(Master)로, 협력을 통해 미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양국이 함께한다면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조선업 투자 조건을 완화하면서 마스가의 순항이 기대됩니다. 특히 기존 현금 위주 투자에서 대출·보증 등 다양한 방식이 허용되며 투자 부담이 완화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보증·대출 포함은 미국의 중요한 양보”라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 결과는 조선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